포용이 가져다줄 미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시대

by Pearl K

국어사전에서 ‘포용’의 뜻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남을 너그럽게 감싸 주거나 받아들임. 여기에서 말하는 ‘남’은 인종, 국가, 피부색, 종교, 성별, 장애, 나이, 재산, 지위, 취향 등 모든 것을 포괄한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세계관을 시작하는 작품 ‘이터널스’를 보았다. 처음 들었던 생각은 예상보다 다양한 나라와 인종, 성별, 연령, 체구를 가진 배우들을 기용했다는 점이었다.

10인의 히어로들은 각각 세르시(영국), 이카리스(영국), 에이잭(멕시코), 드루이그(아일랜드), 길가메시(한국), 킨고(파키스탄), 테나, 스프라이트, 파스토스, 마카리(미국) 등으로 기존 마블 영화들에 비해 다양한 국적의 배우들로 이루어져 있다.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이들은 또한 히어로 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다. 스프라이트는 여자 아이고, 테나와 세르시, 마카리는 여성이고, 그중 세르시는 동양인처럼 보이고, 마카리는 청각장애인이다. 파스토스는 흑인이면서 성소수자로 표현된다. 드루이그는 정신을 통제하는 마을을 만들었으며, 킨고는 발리우드 스타이고, 테나는 정신적으로 몹시 불안정하다.


이터널스는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수 천년에 걸쳐 데비안츠를 섬멸하여 인류를 도와 온 종족이라고 선언한다. 이 선언은 이제까지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히어로 영화의 큰 틀을 바꾸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항상 세상을 구하는 국가는 미국이고, 사람 역시 미국인 히어로라고 계속 주장해 왔던 것을 생각해 보면 놀라운 변화다.

10인의 히어로들은 각자가 다른 능력을 가졌다. 이 영화 속에서는 어떤 능력은 유달리 뛰어나고 어떤 능력은 부족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극단적 선과 극단적 악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였을까. 영화를 보면서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며칠 전, youtube에서 Z세대의 놀이 문화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다. ‘모든 버전 실시간’ 일명 모버실 방송을 하는 10대의 이야기였다. 모버실 영상을 제작하는 것을 출연자들이 함께 해 보는 중에 “배터리 12% 빠져”라는 대사가 있었다. 그 대사가 이해가 잘 안 가서 무슨 의미인지 물어보는 출연자들에게 이것은 배터리 차별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배터리 차별은 대체 뭐지? 가면 갈수록 난해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의미를 알고 더 충격을 받았다. 배터리 차별이란 휴대폰 배터리가 남아 있는 양에 따라 차별을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즉 배터리 잔량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차별당하는 버전의 이야기가 있다는 거다. 소개된 영상에서는 배터리가 5% 남은 아이가 말을 걸자 바로 차단을 당했다. Z세대 아이들의 놀이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충격적이었다.


어른들이 이 영상을 보면 분명히 “휴대폰 배터리 남은 양으로 차별을 한다고? 대체 왜?”하고 물어볼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누군가를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차별하는 것도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이 세상에 누군가를 내 마음대로 차별해도 된다는 조건 같은 건 있을 리 없다. 그런 조건이란 있어서도 안 된다.


MCU의 새 세계를 여는 이터널스는 혐오와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누구나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세계관을 보여주는 건 아니었을까. 앞으로 이터널스의 새로운 멤버들이 기존의 마블 영화 히어로들과 만나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궁금하다.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각자의 서로 다른 영역들까지도 적절히 포용해 주어 새 조합을 만들어 갈 MCU의 다음 작품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포용이 새로운 미래를 가져다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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