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것

사람들은 누구나 외롭다

by Pearl K

“그것이 그가 제게 준 선물입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것 말입니다. 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 그게 그가 우리 모두에게 남긴 선물이죠. 다만 우리도 그 선물을 그에게 줄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사회 불안장애를 앓고 있는 외톨이 고등학생 에반 핸슨은 심리치료사의 제안으로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게 된다. ‘디어 에반 핸슨. 오늘도 근사한 날일 거야’로 편지를 시작했지만, 이내 망쳐버린다. 새 학기 첫날, 아주 조금의 기대감을 갖고 시작했으나 어김없이 투명 인간처럼 하루를 보냈다.


방과 후 겨우 편지를 마저 썼는데 아뿔싸, 출력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황급히 출력물을 찾으려고 했지만 학교 최고의 꼴통, 코너에게 편지를 빼앗긴다. 눈앞이 캄캄해진 에반. 돌려달라고 해 보지만 이미 코너는 사라졌다. 그 후 며칠 동안 학교의 모두가 자신을 비웃는 악몽 같은 상상에 시달리던 에반은 교장 선생님의 호출을 받게 된다.



브로드웨이에서는 2017년 최고의 화제작으로 토니상에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최고의 뮤지컬상을 포함한 6개 부문에서 수상한 유명한 뮤지컬이다. 아직 한국에 번안되어 들어오진 않았지만, 작년에 방영했던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 <더블 캐스팅>에서 참가자 한 명이 부르는 노래로 들어본 적이 있다.


뮤지컬 영화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개봉 다음날 바로 예매했고, 오후 시간을 내어 보고 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도입부부터 곡에 반해버렸다. 첫 번째 넘버의 멜로디가 너무 좋고, 주인공의 목소리 톤도 좋아서 귀가 녹는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당황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누군가 보기에는 순 거짓말쟁이에 관종이라고, 동정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에반 핸슨이 저지른 거짓말들은 분명 커다란 잘못이다. 하지만 너무 외로워서 너무 기다렸던 관심과 사랑이어서, 그것들의 일부라도 되어 보고 싶었던 소년의 마음이 안타깝고 속상하기만 했다.



특히 코너의 추모식에서 에반이 진심을 담아 들려준 이야기는 외로움을 겪고 있는, 세상에 혼자 남겨졌다고 생각하는 모두에게 필요한 이야기였다. 사실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 외롭지 않은 사람이란 없다. 가족이 있어도 연인이 형제나 자매가 있어도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을 해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닥쳐오는 인생의 쓰나미들은 혼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 것들이 대부분이다. 언제나 모든 것들은 내 맘 같지 않고, 내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상처를 주거나 받게 되는 경우들도 존재한다. 특히나 에반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에 민감한 성향이라고 원작에서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 중간 부분부터는 터져 나오는 눈물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에반의 맑은 목소리로 전해진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라는 말이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그동안 바빠서 본인도 힘들어서, 충분히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에반의 엄마는 모든 사실을 다 알고 난 후, 에반을 위해 언제나 곁에 있을 거라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말해준다. 에반의 엄마가 해 준 그 말에 또 한 번 마음이 뭉클했다.



최근 꼭 챙겨보는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다. 마음의 어려움과 고통으로 오랜 시간 지쳐있던 성인들이 나와 오은영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는다. 매 회차 보면서 겉으로는 괜찮아 보일지라도 각자의 삶의 어려움이, 힘듦이, 감춰왔던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을 다시 배우고 있다.


지치고 힘들었던 마음도, 위로가 필요한 마음도,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도 모두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바쁘고 각박한 현실 속에서 풀어낼 기회가 딱히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 영화 ‘디어 에반 핸슨’을 보면서, 그의 목소리와 노래 안에 담긴 진심에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You’re not alone.

당신은 정말 소중한 존재입니다.

You are such a precious pe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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