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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Nov 04. 2021

불편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강요된 편안함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복지가 필요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마저 싸워서 얻어내야 한다는 것은 꽤나 지치는 일이다.


어딜 가든 도서관에 혼자 근무하는 사서들에게는 왜 선풍기, 난방기뿐만 아니라 냉장고, 전기포트, 정수기 등 사람이 일하고 생활하기 위한 가전들을 마련해주지 않는 걸까.


  처음 이곳에 왔을 땐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물을 마시려면 정수기가 있는 멀리 다른 실까지 가야 했고, 물을 큰 통에 떠 와도 보관할 곳이 없었다. 한여름에는 얼음은 기대도 못하고, 시원한 물조차 마실 수가 없었다.


  고민하다가 행사할 때 간식 보관 용도로도 냉장고가 꼭 필요해서 남은 예산으로 채 10만 원도 안 되는 작은 냉장고 구입을 요청했다. 당시 실장은 사람을 세워놓고 눈앞에서 5분을 비웃더니, 도서관에 냉장고가 왜 필요하냐고 묻는다.


  아니 그럼 행정실에는, 교무실에는 냉장고가 왜 필요하지? 부아가 치밀어서 웃든지 말든지 사겠다고 일갈하고 나와 버렸다. 그렇게 하고 나서도 전기포트를 전체 학교 교무실마다 전부 사주는데, 도서관은 알아서 사라고 한다던지. 전체 실마다 사준 커피메이커도 특별실은 항상 당연한 듯 배제되었다.


  안 그래도 방학 내내 혼자 근무하는데, 마땅히 데울 곳이 없어 식사조차 제대로 챙겨 먹기가 힘들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다른 실에 가서 매번 부탁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 신경 쓰이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 계속 마음에 담아두던 불편함을 해소하기로 했다. 그냥 내 돈 내산으로 전자레인지를 하나 구입해서 사용하려고 한다. 복직 후에 계속 기회를 보고 있었는데 마침 블랙프라이데이로 20% 할인도 하길래 하나 질렀다.


   이제 겨울방학에도 따뜻한 식사가 가능해졌다는 게 좋다. 더불어 이것처럼 내가 당연히 여기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가 누구에게나 편한 사회인가 하는 지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타인의 불편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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