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가 올 때마다 내내 비염을 달고 사는 편이다. 어떤 때는 멈추지 않는 수도꼭지가 되고 어느 때는 꽉 막혀 답답한 고속도로 같다. 멈추지 않는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면(후비루) 천식까지 같이 오기에, 그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다양한 질감의 휴지를 사용할 때는, 비염이 시작된 지 한 주도 못 가서 코 주변의 약한 피부에 빨갛게 죄다 생채기가 났다. 누가 그걸 보고 물티슈를 추천해주셔서 사용해 봤는데, 이번에는 코 주변 피부가 건조해져서 갈라지고 찢어지기 시작했다.
물로 바로바로 해결하면 시원한데, 화장실꺼지 가는 동안 이미 엉망이 된다. 그렇다고 언제나 부드러운 고급티슈를 사용하기에는 비용이 부담된다. 여러가지 방법을 전전한 끝에 찾은 해결책은 부드러운 손수건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결혼 전에는 손수건이 있어도 사용하는 족족 세탁하여 말리기가 쉽지 않아 한동안은 손수건을 쓰고, 한동안은 물티슈를 그 다음에는 물을 사용하는 식으로 주로 도구들을 섞어서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결혼 후에는 오하려 손수건 사용이 수월해졌다.
결혼 후의 일이다. 집안일 당번을 나누어 정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내게 물었다. 집안일 중에 뭐가 가장 하기 싫으냐고.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빨래 널고 개는 거라고 대답했다. 그 후로 남편이 우리집에서 빨래의 영역을 전담하고 있다. 그때부터 나는 언제나 손수건을 든 여자가 되었다.
남펀은 대부분 오히려 나보다 더 부지런한 면이 많아서, 비염 시즌이 오면 알러지로 고생하는 아내가 쓸 손수건이 끊기지 않도록 미리미리 세탁을 해 두고, 손수건을 잘 말려서 예쁘게 접어 준비해준다. 그 수고를 알기에 고맙고 따뜻했다.
지난 주중에는 남펀이 본사로 복귀한 뒤, 오랜만에 장거리 출장을 갔다. 오전에 잠깐 쉬고 점심 때쯤 기차를 탔을텐데 무박 2일의 짧은 출장에도 내가 사용할 손수건이 부족할까 봐 오전 중에 세탁기를 돌렸나보다.
집에 오자마자 이런저런 일들로 분주하다가,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쉬려고 거실에 앉은 후에야 깨달았다. 세탁된 손수건이 적재적소에 널려서 바짝바짝 잘 말라 있는 것을 말이다. 남편은 출장을 갔지만 그가 준비해 둔 손수건은 나를 다정히 맞이해주고 있었다.
이번 환절기에도 여느 때처럼 남편이 시간을 들여 내가 쓸 손수건을 세탁해 놓아 준 덕분에 비염의 마지막 시기를 무사히 넘겼다. 계절이 바뀌어서 이제 다음 환절기가 오기 전까지는 그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아 참 다행이다. 언제나 고마운 남의 편 아닌 내 편에게 감사인사를 전해야 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