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엔 스스로 손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습으로 뭔가를 만들어 성공한 적이 없다. 가정 시간에 만들었던 주머니 가방(파우치)도, 개더스커트도, 하다못해 수수깡 집도 다 엉망진창이었다.
손으로 만든 것 중, 처음으로 성취감을 주었던 건, 고3 석식시간에 만든 글 다이어리였다. 그동안 끄적여온 여러 글을, 한 장에 하나씩 손글씨로 적었다. 친구들이 준 편지도 붙였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들, 드라마, 영화 제목들도 적었다. 그렇게 적힌 A4 사이즈의 종이들을 하나로 모았다. 꽤 두께가 있었다.
종이가 찢어지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 앞뒤로 하드보드지를 대서 표지를 만들었다. 나름 양장본 느낌으로 하고 싶었다. 하드보드지와 A4 종이들에 펀치로 구멍을 6개 둟었다. 각 구멍마다 동그란 고리를 넣어 스프링 노트처럼 만들었다. 완성하는데 꼬박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꽤 맘에 들었고, 뿌듯했다.
그 후로 대학교 때 선교단체에서, 교회에서,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 기회가 많았다. 특히 일할 때는 넓은 게시판을, 오로지 혼자서 채워야 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우드락을 8개씩 꾸몄다. 각각 다른 내용으로. 그렇게 하다 보니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데 익숙해졌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면, 잡념이 사라진다. 머리도 맑아진다. 가위질을 하고, 칼로 자른다. 풀과 양면테이프, 글루건을 이용해서 붙인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면서 머리를 비운다. 자르기와 붙이기를 반복하며, 복잡한 생각도 잘라 내고 떼어낸다. 그 자리에 깨끗해진 생각을 붙인다.
오늘은 찬양팀을 위해, 싱어들 명찰을 만들었다. 마이크에 붙여 쓰려는 용도다. 문구점에서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찾았다.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정했다. 재료를 사다 놓고, 한글파일로 글자 모양만 뽑았다. 자르고 붙이고, 만들다 보니 금세 시간이 흘러갔다. 오랜만에 단순노동의 즐거움과 기쁨을 누렸다.
김중혁 작가의 책, <뭐라도 되겠지> 속 한 구절을 소개하며, 이 기록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우리가 하려고 하는 모든 일들은 재능이 있고 없고 가 중요하지 않다. 누구에게 도움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그걸 즐기면서 느꼈을 감정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스스로의 기쁨을 제대로 찾아낼 수 없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해도 세상을 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