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내는 길

프로 불편러로 산다는 것

by Pearl K

어느 순간부터인가 뉴스를 보지 않게 되었다. 어려운 상황이나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지나치게 공감능력을 발휘하는 탓에 온몸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잘 아는 짝꿍은 이런 뉴스가 있다고 내가 슬퍼하거나 불편해할 때마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 뉴스를 보지 말라고 말한다. 인터넷만 보아도 슬프고 분노할만한 사건들은 끊임없이 일어나는데, 눈과 귀를 막지 않는 한 그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바야흐로 대선 시즌이다 보니 뉴스에는 정치권의 각종 행태와 작태에 대한 뉴스가 넘쳐난다. 나는 특히 그런 뉴스 말고 사람들의 삶에 대한 소식들을 더 집중해서 본다. 그리고 예외 없이 마음이 불편해진다.

사회구조적 문제들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많은 일들에 세상은 참 냉정하고 잔혹하다. 본인들이 가진 기득권의 권리를 노력으로 획득한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타인들의 삶을 노력하지 않았다 함부로 폄훼하고 재단한다.


이런 인식들이 20대로 갈수록 점점 더 심화되는 것은 미안하면서도 너무 슬픈 일이다. 어른들이 만든 세상의 분열과 다툼의 결과를 이제 막 시작하는 20대가 이유도 모른 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네 일도 아닌데 왜 신경 쓰냐고 말한다. 혹은 세상이 원래 그렇다며 개탄한다. 너의 정신건강과 생활을 위해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라고 한다. 그렇게 나 살기 바빠서 외면하고 쳐다보지 않는 동안 점점 우리의 미래 아이들이 설 자리들은 사라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바른 관점을 가지도록 다시 교육하고 가르쳐주어야 한다. 세상은 함께 더불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기회와 환경의 사회구조적 불평등으로 제대로 된 생존마저 위협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 전반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도 내 맘 편히 힘든 것들 보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살고 싶어질 때도 있다. 프로 불편러로 여겨질 만큼 부당한 것들에 대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참여하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세상의 변화는 너무도 더디고 느리게 보이기 때문이다. 종종 아니 자주 많이 지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가 잘 안 된다. 세상이 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 아직 내 안에 그런 것들이 여전히 빛바래지 않고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 불편러처럼 보이는 그런 사람들이 좀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으로 함께 노력하는 사람들이 좀 더 많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두 사람이 목소리를 내고 세 사람이 그리고 여러 사람이 모여 꾸준히 목소리를 낸다면 조금씩 그 방향과 방법이 보일 것이라고 믿는다.


2003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다모 중 민초들의 편이 되어준 장성백이 했던 대사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길이 아닌 길이라니. 길이라는 것이 어찌 처음부터 있단 말이오. 한 사람이 다니고 두 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법. 이 썩은 세상에 난 또한 새로운 길을 내고자 달렸을 뿐이오.


내 오늘 이곳에 뼈를 묻겠지만, 내가 죽은 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내기 위해 걸을 것이오. 언젠가는 그들의 피와 혼이 계곡을 메꾸고 강을 메꾸고 반드시 새로운 길을, 반드시 새 세상을 열 것이오. 나는 지금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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