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이야기

이게 실화라니

by Pearl K
"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누구에게도 사과 못 받았어요. 나 같은 애도 실수하면 사과해야 한다는 건 알아요. 너무 큰 실수를 저질러 한 번의 한심한 실수로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쳤다면 더 많이 사과해야 해요."


실수하면 사과해야 한다는 그 말이 참 무겁게 다가왔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 준 그 사람이 고마웠다. 슬프게도 현실에선 거의 있을 수 없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씁쓸하게도 오히려 잘못한 사람이 큰 소리를 치고, 피해자를 가스 라이팅 하여 공동체로부터 배제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걸 지겹게 보아 왔다.



이야기는 자신이 자란 입양가정에서 보호 종료되고, 험난한 세상에서 자립해야 하는 한 소녀로부터 시작한다. 소녀의 이름은 마리 애들러. 마리는 보호 종료 아동 지원제도를 통해 자립을 준비하던 중에 이 사건을 겪는다.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아무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그녀의 진술이 바뀌는 게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거짓말이라고 치부된다.

마리는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이 없고 누구도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다. 그렇게 계속되는 경찰의 회유와 협박에 거짓말이었다고 진술하게 된다. 경찰은 마리를 상대로 위증죄를 적용하여 벌금 500달러를 물도록 만든다. 피해를 당하고 거짓말쟁이로 몰린 것도 모자라 이 일로 마리는 지원제도에서 탈락을 당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다. 몇 년 후, DNA를 비롯해 어떤 증거도 남기지 않고 나이도 인종도 다 다른 여자들을 강간하는 범인이 있다. 범인을 찾으려 노력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한 여자 경찰이 다른 지역에서 일하는 남편을 통해 그 지역에도 유사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을 알게 된다.


지역 내에서 한 반 발생한 사건이기에 형사들은 이 사건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다. 또 피해자들의 반복 진술에서 오류라도 발견되면 거짓말로 치부해 버리곤 했다. 범인은 그런 상황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이용하여 오랜 시간 동안 잡히지 않고 수사망을 따돌려 왔던 것이다. 그렇게 피해자들은 늘어만 가고 피해자들은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로 삶을 파괴하는 충동에 시달린다.


여성 경찰 두 명의 지역을 넘나드는 공조수사가 시작되고, 결국 각기 다른 주의 다른 도시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음을 파악하게 된다. 놀랍게도 범인은 지역마다 옮겨 다니며 그동안 수 명의 여자들에게 범죄를 저질러 왔다. 경찰서마다 관할구역이 다 다르기에 연쇄강갼범인 것을 파악하지 못했었던 거다.


그들의 수사는 최초의 피해자였던 마리 애들러에게까지 닿는다. DNA라던지 물질적 증거를 거의 남기지 않았기에 너무 어려운 수사지만 두 여자 형사는 포기하지 않고 탐문수사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마침내 범인을 찾아낸다. 드디어 범인이 잡히고 주를 넘어 수 명의 여자들을 강간하고 다니던 연쇄 강간범은 혐의가 모두 증명되어 327년 6개월 형을 선고받는다.


마리를 수사했던 경찰은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용기 내어 지금은 성인이 된 마리에게 찾아가 진심을 다해 사과를 건넨다. 그 후 스스로 경찰직을 내려놓는다. 범인이 잡히고 선고받은 것을 알게 된 마리는 얼굴도 모르지만, 사건을 해결해 준 여자 형사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고마워요. 덕분에 살아갈 용기를 얻었어요. 얼굴도 모르는 저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일들 정말 감사해요. 그 말을 꼭 전하고 싶었어요."


보는 내내 안타깝고 답답하고 화가 났다. 아무도 마리를 믿어주지 않는 걸 보며 내가 그녀에게 미안해졌다. 특히 범인이 잡힌 후 재판 중에 피해자 중 한 명인 남학생 사교클럽 식당 할머니가 범인에게 물었던 한 마디가 나를 더 아프게 했다.

"도대체 나의 어떤 행동 때문에 나를 타깃으로 삼았는지 알려줘요. 그럼 그것만 안 하면 되니까. 그날 이후로 바깥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죄를 짓고 한 사람의 인생을 말할 수 없이 괴롭게 만든 건 수치를 모르는 건 분명 범인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들은 스스로를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느끼고 있었던 거다. 작품을 보면서 피해자 지원보다 가해자 위주의 판결 체계를 갖고 있는 이 나라의 사법제도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피해자가 피해자 다움을 강요받는 일이 없기를, 조사 중에 당하는 2차 가해들을 보완할 제도들이 생기길.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심리적 지원제도와 무너진 삶을 회복시켜 줄 실질적 지원정책들이 생기기를. 무엇보다 용기를 낸 피해자의 신고를 무시하거나 폄훼하지 말고 진지하게 수사하고 노력해주길. 그렇게 폭력으로 죽임 당하는 생명들이 줄어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게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라는 게 더 충격적이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이 제목처럼 이런 일들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고, 정말 믿을 수 아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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