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내지 않는 단단한 마음

그걸 정신력이라 불러

by Pearl K

요즘 한참 빠져서 보는 드라마가 있다. 아니 사실 보는 드라마가 한두 개가 아니고 아주 많다. 그래 나 드라마 덕후다. 대사가 센스 있게 좋거나 취향을 저격당하는 내용과 장르라면 신나서 다 챙겨본다. 한국 드라마뿐만 아니고 이제까지 기본적으로 일드 미드 중드를 거쳐 영드, 캐드, 독드, 스페인 드라마에 스웨덴 드라마까지 섭렵했다


그런 내가 최근 꽂혀 있는 건 너무도 사랑스러운 김태리 배우가 등장하며 풋풋한 청춘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물 다섯 스물 하나'라는 제목의 드라마다. 작품 속의 배경은 1998년 IMF 무렵이고 김태리는 국가대표와 금메달리스트를 꿈꾸는 고등학생 펜싱 선수 나희도를, 남주혁은 IMF로 인해 집이 파산하여 생활고를 겪는 청춘 백이진을 연기한다.



며칠 전에 본 4화의 내용 중에 내게 와서 꽂히는 대사가 있었다.


[희도] 난 26등이잖아. 현실적으로 내가 평가전에서 1등을 꿈꾸는 게 말이 안 돼.

[이진] 근데 넌 꿈꾸잖아

[희도] 그치. 난 꿈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거든. 지고 실패하는 데 익숙해서

[이진] 그걸 사람들은 정신력이라고 불러. 지는 게 두렵지 않고 실패하는 걸 겁내지 않는 그 단단한 마음을 모두 갖고 싶어 한다구. 뺏어오고 싶을 정도로 탐나. 그래서 나두 약해질 때면 니가 보고 싶은 거겠지?


[이진] 너는 평가전에 나온 선수 중에 가장 많이 져 본 선수야. 진 경험으로 넌 지금까지 계단을 쌓아 올린 거야. 생각해 봐. 이제 니 계단이 제일 높다? 천천히 올라가서.. 원하는 걸 가져.

[희도] 넌 왜 나를 응원해? 우리 엄마도 나를 응원하지 않는데.

[이진] 기대하게 만들어서.


이 대사를 듣는 동안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실패하면 그냥 거기서 모든 게 다 끝나고 인생은 아무런 의미 없이 버려진다고 믿으며 살아왔던 내 삶이 갑자기 굉장히 바보스럽게 느껴졌다. 지고 실패하는 데 익숙하기에 오히려 실망하지 않고 두렵지 않다는 주인공 희도의 말은 내게 신선한 시각을 열어주었다.


이제까지 주로 이래서 안 돼, 저래서 안 돼 하고 안 되는 이유들만 찾으며 더 깊은 좌절의 구덩이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왔었다. 사실 그리 깊지도 않아서 조금만 힘주어 끙차 하고 올라오면 될 일이었는데 말이다. 꿈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변함없이 꿈을 꾸고 지고 넘어지고 실패하더라도 겁내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계속해서 꿈을 꾸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졌다.

희도 덕분에 오늘의 나도 미워하지 않고 더 참아주고, 내일의 나도 조금은 더 기대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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