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들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노곤해지는 아이유의 노래 '무릎'의 가사 중 일부다. 정작 그녀는 불면증으로 몇 년째 고생 중이라고 한다. 그 어떤 누구보다도 편안하고 깊은 잠을 소원하는 이는 바로 그녀 자신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 노래는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니로 종종 손꼽히곤 한다.
지난 주말 벼르고 벼르던 펌을 하러 미용실에 들렀다. 늘 다니던 샵의 실장님이 퇴직하시고 미용 유목민이었을 때 처음 간 샵에서 염색 시술을 잘못 받아 손 대기 힘들 정도로 엉망이 된 지 꼬박 1년 반만의 일이다. 얼마나 손상이 심했는지 그냥 두고 길러서 상한 머리를 잘라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한 번에 전부 삭발하고 새로 날 머리카락을 기다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한 번 망가진 머릿결이 다시 정상범위를 되찾게 만드는 건 예상보다 시간과 돈과 노력이 굉장히 많이 드는 일이었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의 각종 클리닉과 커트로-두 달 정도 기르고 한 번씩 잘라내며-겨우 손상되지 않은 머리를 회복했다. 드디어 펌이나 염색 같은 시술이 가능해졌다. 그날은 정말 오랜만에 드디어 펌을 하는 날이라 마음이 두근두근했다. 헤어 클렌징을 하고 겨우 살려낸 머리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펌과 동시에 클리닉까지 진행하였다.
펌을 진행하기 위해 머리 곳곳마다 한참 롯뜨를 말던 중이었다.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만져주는 손길을 받으며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내려오는 눈꺼풀을 견뎌낼 수가 없었다. 누군가 말하기를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졸릴 때 내려오는 눈꺼풀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여실히 실감되는 시간이었다.
노래 가사로도 나올 정도인 걸 보면 미용실에서 머리 시술을 받을 때, 혹은 누군가가 부드럽게 헤어를 넘겨주고 만져줄 때 졸음이 오는 건 나만 겪는 현상은 아닌 듯하다. 그 이유가 갑자기 꽤 궁금해져서 검색 찬스를 사용해 보았다. 검색을 통해 몇 가지 근거와 이유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로는 미용실 시술 시 열처리 기구 등의 기구 사용을 통해 체온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따뜻하고 나른해져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거다. 두 번째 이유는 미용실 의자는 고객이 장시간 앉아 있어도 허리 등 몸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의자라는 점이다. 세 번째로는 머리를 만지게 되면 혈액순환이 잘 되어 그로 인해 근육이 이완되어 졸릴 수 았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업계 관계자 피셜로 추측해 본 졸음이 오는 이유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만져주면 잠이 오는 것에 대해서는 놀랍게도 과학적인 근거가 존재한다. 우리 몸에 있는 장기들은 각자가 소속된 곳이 있으며 그곳에서 영양을 공급받는다. 그중 모발을 담당하는 장기는 신쟝이고 두피를 담당하는 장기는 폐장이다. 모발을 담당하는 신장은 우리 몸의 오장육부와 모두 연관이 있다.
따라서 오장육부가 편안하면 모발도 잘 자라고 윤기가 흐른다고 한다. 또한 머리를 만지면 두피에 자극이 가해지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이로 인해 오장육부가 편안하여 긴장이 풀리면서 자연스럽게 졸음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한다. 위 내용은 의학서적에도 기재되어 있을 정도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신뢰할만한 해석이다.
이런 내용을 찾아보면서 여성들이 유난히 미용실과 네일숍, 마사지샵 등을 좋아하는 이유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나와 내 몸을 존중해 주는 여러 시술을 받으며 몸의 긴장을 풀고 이완되어 극도로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인 것이다.
집안일과 육아의 대부분이 여전히 여성들의 주 의무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가정이 있고 육아를 하는 여성이 잠시나마 모든 짐을 훌훌 털어버리고 편안히 스스로에게 집중하며 쉴 수 있는 곳이란 어쩌면 미용실이나 마사지샵 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새해가 밝았다. 2020년 1월에 시작된 인류 최대의 위기인 코로나는 해를 두 번이나 넘겨서도 여전히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너무 지쳐서 쉴 곳이 필요한데 어디든 편안히 쉴 곳을 찾기도 힘들다. 모두가 긴장의 이완과 해소, 스트레스 없는 평안함이 절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넘겨주고, 나는 그 따스함에 안겨 까무룩 잠이 드는 평안함을 누릴 수 있는 올 한 해가 되어주기를 소망하며 기다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