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로 훌쩍 혼자 떠나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갑자기 훌쩍은 아니라 미리 머릿속에 계획을 세우고 구체적인 플랜을 짜고 준비한 후 시행하는 것이지만 떠난다는 그 행위 자체가 나에게 자유와 행복감을 주는 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혼자 훌쩍 떠났던 것은 2008년 2월이었다. 혼자서 처음 떠나는 여행이었는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국내도 아닌 해외를 선택했다. 그전에 국제선을 탔던 건 교회에서 다 함께 간 선교여행뿐이었던 터라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목적지는 일본 그중에서도 도쿄였다. 어릴 때부터 봐 오던 TV 속 만화들이 사실은 일본 애니였단 걸 깨달은 후, 한참 일본 드라마와 문화에 빠져있던 때라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선택이었다. 3박 4일 동안의 도쿄 여행을 위해 유효기간 지난 여권을 재발급받는 것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드디어 공항, 보딩 시간에 맞춰 일본 JAL기에 탑승하고 나리타 공항을 향해 출발했다. 비행은 너무 순식간에 끝났고, 내 예상보다 지나치게 가까워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용기와 자신감으로 풀 충전한 터라 웬만한 문제들은 쿨하게 넘겨버리고 혼자 떠냔 첫 해외여행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후로 혼자서 5개의 나라와 6개의 도시를 여행했고, 국내에서도 속초, 강릉을 비롯해 바다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떠났다. 어딜 가나 바다를 볼 수 있는 제주도는 혼자서 간 것만 열두 번이다. 매번 떠날 때마다 조금씩 더 익숙해졌고 그만큼 삶의 여유로움을 되찾는 시간이었다.
결혼하고 난 후에 꽤 오랫동안 찾아오지 않는 아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시험관 시술에 지칠 때마다 혼자 혹은 함께 훌쩍 여행을 떠났다. 이식에 실패하고 울기보다 답답한 마음을 여행으로 떠난 바다에 푸는 쪽을 택해 왔다. 다행히 함께 사는 이는 남편을 두고 혼자 훌쩍 떠나는 아내에 대해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고, 잘 놀다 오라며 용돈까지 챙겨주는 사람이다.
꼬박 2년 만에 다시 혼자서 훌쩍 떠난다. 조금은 외롭기도 하지만 나를 찬찬히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이 혼 여행의 묘미다. 이번에는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놀멍 쉬멍의 멍 때리는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분주하고 조급했던 날 Slow 한 존재로, 여유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소중한 이 시간을 감사히 누리고 돌아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