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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Apr 14. 2022

언제나 떠나고 싶은 그곳

바다의 노래가 들려

언제나 실내에 갇혀 있어야 하는 나는 자주 마음이 답답해진다. 공간보다 저 먼 그곳에 초점을 더 맞추어 글을 써 보기로 했다. 내게 언제나 떠나고 싶은 그곳 1순위 아니 0순위는 바로 바다다.


   언제부터 바다를 그렇게 좋아하게 되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지만, 마음이 답답하고 터질 것 같은 날에도, 마음이 선득해지는 날에도 나는 항상 바다를 그리워했다. 바닷가에서 주워온 소라에 귀를 대고 있으면, 파도 소리와 바닷바람 소리가 들렸다. 바다에서 온 소품들이 없어도 나는 어디에서건 항상 바다의 노래를 듣는 아이였다.


   어릴 때 바다 소녀 엘피라는 만화를 보면서, 내게도 보이지 않는 아가미가 있진 않을까 상상했다. 디즈니의 작은 인어공주를 보고 그 작품과 노래에 온통 매료되어 영어 곡인 part of your world를 처음으로 다 외웠었다. 어릴 때는 수영을 잘못해서 물도 많이 먹었지만 그래도 바다가 싫어지지 않았다. 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나는 행복해졌고 생기가 철철 넘쳐흘렀다.


   지금도 가슴이 답답해질 때면 동해의 바다가, 남해의 바다가, 특히 제주의 바다가 생각이 난다. 무작정 비행기표를 예매하고 제주로 떠나 4박 5일 동안 내내 바닷가 길에 연결된 올레길을 따라 걷는다. 어떻게 해서든지 해안도로로만 다니고, 바다 앞에서 가슴 가득 바닷바람을 들이마신다, 그렇게 하고 나면 묵혀뒀던 스트레스와 응어리들이 다 날아가버리는 것 같다.


   언제 달려가도 내 답답함을 날려주는 바다. 하얀 포말을 남기며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 따뜻하면서도 발바닥을 따끔따끔하게 하는 모래사장,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지는 아득하게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을 보고 있자면, 내 문제와 고민들은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언제나 내게 선물 같은 그곳, 바다 앞에서의 삶을 날마다 그리는 나는 오늘도 바다의 꿈을 꾸며 잠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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