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여행지 중 마지막으로 갔던 물의 도시 베네치아. 풍경이 사진 찍기에 참 이뻤는데 솔직히 운하 물은 엄청 더러웠다.
베네치아의 운하에는 3가지 교통수단인 수상버스, 수상택시, 곤돌라가 있다. 그중에 상대적으로 가장 저렴한 수상버스를 타고 우리는 운하를 따라가며 풍경을 카메라에 담느라 바빴다.
점심값 아끼겠다고 로마와 피렌체, 베니스에 있는 내내 이탈리아의 국민 슈퍼마켓인 코나드 마켓을 적극 이용했더랬다. 우리의 아점은 코나드 마켓에서 구입한 샌드위치와 납작 복숭아였고, 저녁때만 괜찮은 레스토랑을 찾아 고급진 식사를 했다.
이탈리아에 있는 기간 내내 하루에 한 번 코나드 마켓에서 산 물 한 병으로 하루의 목마름을 채웠다. 같은 마켓 체인점에 똑같은 브랜드의 물 한 병인데 로마에서는 2유로, 피렌체에서는 1유로, 베니스에서는 0.5유로에 파는 것도 신기했다.
남편의 이모님들이 결혼식날 신혼여행 경비로 쓰라며 봉투를 건네셨다. 그 돈을 모아뒀다가 다른 필요한 걸 사자는 짝꿍의 제안에 그러기로 했다. 결국 여행기간 내내 이모님들이 주신 돈은 한 푼도 안 썼다. 심지어 우리가 책정해서 가져간 예산도 60%를 남겨서 돌아왔다. 그렇게 허니문에서 열심히 아껴서 남겨 온 금액으로 결혼 이듬해 여름에 우리 집 에어컨을 장만했다.
그때 같이 있던 날렵하고 멋진 남자는 이제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신 걸까. 한동안 관리를 잘하더니 요즘 배만 자꾸 앞으로 전진하시는 중이다. 내가 너무 많이 먹였나?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다 막힌 요즘이다. 아는 후배가 올린 베니스 사진 한 장에 그리운 추억이 떠오른 김에 기록을 남겨본다. 바티칸도 피렌체도 베니스도 언젠가 또 갈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