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턱에도 높낮이가 있다

도로 위에서 배우는 인생

by Pearl K

매일 아침마다 운전하고 다니는 길은 주요 도로가 아닌 2차선으로 된 국도 느낌의 길이다. 길지 않은 거리의 출근길이지만 10분 남짓한 거리를 가는 동안 무려 12개의 과속방지턱을 지나가야 한다. 평소라면 전방주시를 잘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가끔 아침에 늦잠을 자거나 출근 준비가 늦어 급하게 가야 하는 날은 마음이 조급해진다.


목을 길게 빼고 있다가 교통 신호가 바뀌자마자 풀 액셀을 밟고 오르막을 등반하고 산길 보행자 구간을 지난다. 이 구간의 제한속도는 최대 120km라고 안내 하지만 실제로는 오르막과 잦은 커브 코스, 좁은 도로, 여러 개의 방지턱으로 인해 평균 주행 속도는 40km고, 아무리 빨라도 60km가 최대일뿐이다. 급한 마음에 속도를 올려 달리다가 방지턱 앞에서 한 번씩 주춤해진다. 본래 대한민국 국토교통부가 정한 규격으로 과속방지턱의 폭은 3.6m, 높이는 10cm로 정해져 있다. 도로의 실상은 조금 다르다.


보기에는 턱이 높아 보였는데도 가까이 가면 쿵 하는 느낌 없이 스무스하게 지나갈 수 있는 것도 있고, 때로는 별로 안 높아 보여 속도를 유지하고 지나가다가 일명 뒷쿵(뒷바퀴에 쿵! 하는 커다란 충격을 받는 일)을 당할 때도 있다. 또 저 멀리 과속방지턱을 보고 한껏 긴장해서 속도를 줄였는데 색깔만 표시되어 있고 높낮이는 아예 없는 일명 훼이크 방지턱을 만나 황당할 때도 있다.

오늘 아침에도 출근길에 열두 개의 방지턱을 넘어오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생의 장애물이라는 것도 이 과속방지턱 같은 거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 학교에 부임한 직후 업무적으로 사소한 오해가 몇 번 생겼었다. 별 문제가 아니었는데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대가 사소한 실천을 하지 않아 문제가 커졌고 그로 인해 큰 곤욕을 치를 뻔한 일이 있었다. 본인들의 실수임에도 커다란 사건으로, 내 문제처럼 만들어 버리는 그들의 태도에 화가 났지만 윗사람들이다 보니 대응할수록 내게만 피해가 커져갔었다. 뒷쿵을 제대로 당하고 나서야 확실히 깨달았었다.

반대로 처음엔 도저히 내가 넘어갈 수 없는 어렵고 거대한 산처럼 보였지만 원활하게 넘어간 일도 있었다. 결혼을 준비할 때의 일이다.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자취를 할 때라 결혼을 준비할 여유자금이 없었다. 고민하다가 자취방 보증금만큼의 대출을 받아 먼저 결혼식과 신혼살림 준비를 하고, 신혼집으로 입주한 후 자취방을 뺀 보증금으로 대출금을 갚을 수 있었다. 적지 않은 돈이 걸려있다 보니 걱정이 많았는데 의외로 자연스러운 타이밍에 너무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가장 무서운 과속방지턱은 무엇일까? 바로 생전 처음 가 보는 도로의 방지턱이다. 늘 다니던 길이라면 어느 정도로 속도를 줄여야 저기 보이는 저 턱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처음 가 보는 길은 처음이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정보가 없어 어느 정도의 속도를 내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한 번뿐이다. 그 말은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은 늘 처음 가 보는 길과 마찬가지라는 거다. 내비게이션도 없이 처음으로 가게 되는 길이라면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건지, 어느 정도의 속도로 가야 좋을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에 방지턱은 몇 개나 되는지, 속도를 얼마나 줄여야 턱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도 직접 경험하기 전까지는 알기가 힘들다.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좌회전을 할지 우회전을 할지, 혹은 유턴이 필요할 지도. 중간에 예상 못하게 다른 차가 갑자기 끼어들어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처음 가 보는 그 길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항상 안전사고에 유의하면서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자기만의 적절한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결국 생의 마지막에 도달할 때까지 그렇게 계속 우리 모두는 생전 처음 가 보는 길로 마지막까지 달려가야 하는 거니까 말이다. 길의 중간에 다시 예상 못한 방지턱이 튀어나오더라도 인생의 내비게이션이 되어주시는 분의 안내를 받으며 적절한 속도로 달린다면 무사히 장애물을 넘어 머지않아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거다. 내게는 초행길이지만 그분께는 이 길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미리 다 알고 계신 익숙한 길일 테니까 말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