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자라는 중입니다

미숙함을 위한 변명

by Pearl K

출생 후 혼자서 살아가기 위해서 인간에게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다른 동물들은 보통 짧은 시간 안에 어른으로써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인간은 기본 수명이 긴 만큼 유아기 역시 상대적으로 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걷지도 서지도 못하다가 부모의 양육과 보살핌을 통해 아이는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신체적인 부분 말고도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우리는 누구나 미숙한 시기를 겪는다. 다 자란 것 같아도 인간이란 어떤 부분에서는 계속 자라고 성장하는 존재다.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때마다 나이에 맞게 자라지 못한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어느새 인생의 절반쯤 되는 시간을 지나왔는데도, 내 마음속에서 나는 여전히 철이 없고 어리다. 농담처럼 나도 아직 사춘기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꽤 찔리는 지점이 있다.


얼마 전 누군가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모두 완성과는 거리가 먼 미숙한 인간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자신만이 느끼는 보이지 않는 미숙한 점들이 존재한다. 오히려 불완전한 자신의 모습 때문에 인간은 더 완벽함을 추구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인간이 진정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마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에서야 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생은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날마다 발견하게 되는 여정이다. 나는 지금 얼마만큼 자랐는가. 내 나이와 나의 사회적 위치, 그동안 경험해 온 삶의 영역들에 맞게 골고루 잘 성장해 가고 있는가?


고맙게도 글을 쓰는 것이 이런 부분을 많이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글을 쓰기 위해 매번 고민하고 깊이 사유해야 하는 순간들이 그대로 끝날 뻔했던 나를 다시 움직여주고 있다. 마지막 때가 올 때까지 멈추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자라나고 성장하는 사람으로 또 계속 쓰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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