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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Mar 07. 2022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사라졌다

새 학기가 시작된 첫날, 정신없이 일하다 배가 고파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이번 학기부터는 밥 동무들과 함께 다이어트 겸 샐러드 도시락을 싸와서 같이 먹기로 했기 때문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데 3학년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응? 니네 왜 들어오냐? 아, 쉬는 시간인가?”

 “저희 점심시간이요.” / “뭐라고?”


   황급히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아뿔싸, 코로나 때문에 학년별 점심시간이 나누어져 있었다. 1, 2학년이 4교시 수업을 듣는 동안 3학년 아이들이 먼저 밥을 먹고, 그 후에 1, 2학년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동안 3학년 아이들이 4교시 수업을 듣는 방식이었다. 즉 코로나로 인해 급식실을 이용할 수 있는 인원에 제한이 필요했고 그로 인해 아이들의 점심시간이 나누어지면서 꼬박 2시간이 된 거다.


   나처럼 점심시간 내내 담당 구역을 오픈해 놓아야 하는 특별실 담당자의 경우에는 식사 시간 확보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 미리 바뀐 시정표를 알고 있었으면 틈틈이 간식이라도 먹었을 텐데 그대로 2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채로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소중한 내 밥시간을 빼앗긴 것이 몹시 억울하기까지 했다.


   당황한 내 표정을 보고 고맙게도 작년에 우리 동아리였던 착한 3학년 학생 하나가 나를 배려해 주었다. 자기가 대신 잠깐 봐 드릴 테니 얼른 드시고 오라고. 몇 번을 사양했지만 울상이 된 날 보고 계속 권해서 못 이기는 척 그러면 얼른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위로 올라가 싸온 도시락을 초스피드로 꾸역꾸역 입 안에 욱여넣고 15분도 못 되어 다시 내려왔다.


   나이 때문인지 계속 급하게 먹어야 했던 상황들 때문인지 음식을 먹을 때마다 탈이 나는 바람에 어떻게든 편안한 식사 시간을 확보하려고 무던히도 애를 써 왔었다. 담당하는 업무도 전문영역이라 혼자 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밥 먹는 시간이 아니면 직장 동료들과 교류할 수 있는 시간을 찾기도 불가능해서 어떻게든 지켜보려고 했는데 결국 또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내일부터는 간간이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주전부리들을 옆에 챙겨두고, 아이들의 점심시간이 시작하기 전에 다만 조금이라도 여유를 내어 조용히 혼자만의 점심 식사라도 해야겠다. 하루빨리 엔데믹이 되어 동료들과 함께 마음의 여유를 누리는 점심시간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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