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rl K Feb 26. 2022

너의 결혼식

그녀가 결혼했다.

2021년 6월 13일 일요일 정오 12시, 그녀가 결혼했다.


내가 유나를 처음 만난 건 13년 전,  ㅈ고등학교에서였다. 그곳에서 나는 사서로 근무하는 것과 동시에 한 달간 교육대학원의 교생 실습을 하고 있었다.


   사서교사의 경우에는 담임을 맡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교생 실습 때 맡은 1학년 7반이 내게는 평생 유일한 우리 반이었다. 유나는 그 반의 반장이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소녀는 아름다운 숙녀가 되었다. 이렇게 눈부신 햇살 가득한 야외 예식장에서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올리는 걸 보니 기분이 신기하면서도 묘하다.


   원치 않게 학교를 떠나야 했던 내게,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와 주었던 아이. 비가 쏟아지는 날 달콤한 케이크룰 가져다주었던 소녀. 웃음도 많고 눈물도 많고 솔직하고 당차던 소녀는 어느새 자라나 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결혼식장에 오는 길, 14년여 만에 그 학교 앞을 지나오게 되었다. 오늘은 신기하게도 유나와 함께 한 추억이 가득한 ㅈ고등학교 앞으로 내비게이션이 나를 이끌어줬다. 14년 만에 지나가 본 그곳은 익숙하고도 낯설었다.


   유나와 몇 년간 소식이 끊겼다가 우연히 다시 연락이 왔던 것은 5~6년 전이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유나가 동네 근처에서 일을 시작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느 날, 잠깐 찾아가도 되냐는 연락이 왔다.


   근무하던 곳까지 빵을 사들고 찾아온 유나와 너무 반가운 시간을 보냈다. 유나가 가고 나서 빵을 꺼내 보니 종이가방 안에 축의금이 들어있었다. 내가 결혼하는 걸 알게 되었는지 일부러 찾아왔던 거였다. 그러고는 짬짬이 안부를 묻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었다.


   며칠 전, 유나에게 모바일 청첩장과 함께 카톡이 왔다.

  "뜬금없이 이렇게 연락해서 많이 놀라셨죠,,? 하하 요즘 이런 시국에 이렇게 인사를 드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서 많이 고민하다가 그래도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직접 말씀드리는 게 예의일 수도 있을 것 같아 용기 내어 문자를 보냅니다.


사부님과 시간이 되시면 함께 데이트하는 겸 오셔서 식사하시고 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부터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 담임 선생님들보다 더 선생님과 가까이 지낸 것 같아요. 저의 청춘에 소중한 한 페이지가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내게도 그동안의 고마움을 갚아줄 기회가 왔다.

   "유나야 결혼 정말 축하해!! 서로 의지하고, 아껴주며 기쁨 가득한 가정을 만들어가길. 이제까지 네가 샘에게 주었던 그 모든 마음을 기억하며 진심을 가득 담아 축복해."


매거진의 이전글 깊은 잠을 잘 거에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