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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Jan 09. 2022

깊은 잠을 잘 거에요.

자주 꾸는 꿈

한 번씩 기시감에 빠질 때가 있다.


분명히 나는 이곳에 있는데 내 존재를 이루는 무엇인가가 나와 분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이다.


   때로는 그 순간이 나의 상황이나 상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 혹은 현실감을 잠시 잊게 만드는 도피처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모든 것이 멈추었는데 나만 움직인다던가,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곳에서 나 혼자만 스톱 모션을 하고 앗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 기묘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은 어릴 적 꾸었던 꿈과 공상의 영역으로 나를 초대한다. 몸과 영혼이 분리되어 마음껏 하늘과 구름 위를 유영하던 꿈속으로.


   한참 동안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혼재되어 내가 속한 시점이 모호해지는 기분이 들 때쯤 누군가 나를 밀어낸 듯 꿈과 같은 공상의 영역에서 나는 현실의 영역으로 돌아와 깨어난다.


   그러고 나면 몸의 온도가 잠시 차갑게 내려간다.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무엇을 빼앗긴 느낌이 들어 마음이 서글퍼지는 때도 있다.


   주로 몸이 힘들거나 고민이 많거나 생각할 거리들이 많아지면 그런 일들이 더욱 자주 생긴다. 꿈에서 울다가 잠에서 깨어나면 눈가에 눈물이 말라붙어 있는 일도 있다.


   대체 나는 무엇이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걸까. 때로 이런 내 모습이 미련하고 바보같이 느껴진다. 언제쯤 복잡함과 혼란스러움 없이 평온하게 자고 깰 수 있을까


   한 번도 깨지 않고 머리 아픈 꿈을 꾸는 일도 없이, 그저 자유롭고 편안하게 깊이 잠들고 싶다. 그렇게 충분할 만큼 푹 자고 일어나면 이 혼란스러운 기분도 조금은 나아질 것 같다.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깨우지 말아요 아주 깊은 잠을 잘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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