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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Dec 13. 2021

일희일비, 그래도 난 굴하지 않고 쓰지

써야한다는 중압감

찰리 채플린은 말했다. "인생은 가까에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인간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인생의 비극과 희극 사이를 오간다. 일희일비는 어쩌면 인간의 타고난 천성이자 삶의 당연한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인생뿐 아니라 글쓰기도 그렇다.

   거의 매일 글을 쓰고 다듬는다. 어떤 날은 소재가 떠올라, 한 번에 잘 써내려지는 날이 있다. 또 다른 날은 일단 시작은 했는데, 갈수록 꼬여드는 날이 있다. 혹은 아예 시작조차 못하게 멘탈이 날아가는 날도 있다. 그러다보니 무엇을 쓸지 생각이 났을 때 캐치!(feat.피오 by 놀라운 요일) 하는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잠들기 전 침대 위에서, 음악을 멍하니 듣다가, 길을 걸으며, 요리를 하고, 밥을 먹다가, 심지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핸드폰 메모장을 켠다. 생각이 잘 흘러가 글이 술술 써지면, 어느 정도 마무리 될 때까지 통 움직이질 못한다. 무슨 일을 하고 있었든지 그 자세 그대로 잠시 멈춤 상태가 된다.


   가끔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몇 번의 초록불을 그냥 스쳐보내기도 한다. 그래도 계속 지치지 않고 쓰려고 하는 이유는 아마 즐겁기 때문인 것 같다. 글쓰기가 지긋지긋하고 싫으면, 이렇게 틈틈이 시간을 내어 쓰려고 하는 생각 자체를 아마 하지 않을 거다.

   나는 글쓰는 게 즐겁다. 글을 쓰다가 잘 풀려 마음에 드는 글이 쓰여질 때면,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되기도 한다. 지나가는 사람이 보면 분명 의아하게 생각할 법한, 주로 그런 타이밍이다.



  앞으로도 가능한한 계속 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희극이든 비극이든 내 인생이니까. 그 기록을 남기고 싶다. 잊지 않을 수 있도록. 유명한 셀럽들처럼 출간된 자서전까지는 못 남기더라도, 내가 돌아볼 수 있는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 충분한 의의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언젠가 내가 쓴 글로 책을 출간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다.

   오늘도 나는 굴하지 않고 쓴다. 호기롭게 시작해서 써 내려가다가, 일희일비하며 중단했다가, 이건 아닌데 지웠다가 고쳤다가, 더 좋은 표현이나 소재가 없을까 했다가, 이 타이밍에 이걸 넣는 게 맞나 고민하다가, 울다가 웃다가. 인생의 희노애락을 글 한 편을 쓰며 매번 경험한다. 그렇게 매일 삶을 살아가고, 존재로 가득 채우려 노력하며 글을 써낸다.

   윤동주 시인은 "쉽게 씌여진 시"에서 그런 시대적 배경에서 쉽게 시가 씌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 했다. 그런데 결코 쉽게 쓰여지는 글이란 없다. 최근 들어 몇몇 기자들이 쓰는 기사들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그들은 최소한의 고민조차 없이 참 쉽게 쓰는 것 같긴 하다. 그게 글이라 혹은 기사라 불릴 수 있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윤리 교과서에 등장하는 유명한 철학자 데카르트의 말을 살짝 바꾸어 적용해 본다.


  "나는 글을 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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