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게 없다는 사실' 뿐. 계획에서 하나 틀어진다고 나머지 인생이 다 망가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때로는 답을 모르는 채로 그냥 해 봐도 괜찮다.
_댄싱스네일,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 중에서"
무언가를 계획하고 나서 일이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마음이 불편해지거나 깊은 좌절감을 느끼는 편이다. 분명 인생에 내 계획대로 되는 일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한데도 의미 없는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기를 반복하는 미련한 내가 미워지기도 한다.
너무도 지쳐서 좋아하던 책 한 장 조차 넘기기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꾸역 꾸역이라도 책을 읽어내야 한다는 책임감과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고장 나 버린 눈과 몸이 원망스러웠다. 그럴 때 만났던 책이 댄싱스네일 작가의 <게으른 게 아니라 충전 중입니다>였다.
스스로가 너무 무기력해져 손가락 하나 들 힘이 없으면서도 게으르고 나태하고 열정을 잃은 모습을 자책만 하던 시간이었다.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그래 난 지금 게을러진 게 아니라 충전 중인 거야.' 하면서 슬그머니 자책 대신 위로를 건네주는 듯했다.
술술 읽히는 가벼운 에세이 같으면서도, 마음에 응어리진 부분들을 적확하게 짚어주는 문장을 통해 생생하고 살아있는 응원도 받았다.
"아직도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검은 때가 묻어 있는 것 같은 날이 있다. 제때 흐르지 못한 감정들은 그대로 고이고 썩어 긍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통로마저 막아버린다. 만약 나의 구김살들을 내가 먼저 안아 줄 수 있다면 억지로 웃어 보이지 않고도 세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 문장을 읽고, 나도 나의 구김살들을 먼저 안아줘 보기로 했다. 괜찮다고 애썼다고 지금까지 잘해왔다고, 네 잘못이 아니라고. It's not your fault!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는 힘이 있는 사람은 억지로 웃어 보이지 않아도,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로 두어도 좋다고. 그렇게 내면의 힘이 쌓여 충분히 세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말이다.
깊은 좌절 속에서 일어날 힘을 준 것은 거창한 말이나 대단한 문장이 아니었다. 평범하지만 매일이 특별한 오늘처럼, 심플하지만 솔직해서 더 다가오는 문장들이었다. 그렇게 소소하게 마음을 돌보며 여기까지 힘내서 버텨올 수 있었다.
언제나 나를 위로해 주는 좋은 글이, 문장이, 장면이, 대사들이 있다면 다시 넘어지더라도 또 일어날 힘을 낼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내가 쓴 글과 문장들도 누군가의 마음에 그렇게 위로와 새 힘으로 가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변함없이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