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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Apr 06. 2022

연쇄살식마의 쇼핑 목록

나의 첫 반려식물

올해 생일에 지인에게 선물로 받은 공기정화식물 스킨답서스가 어느새 한 달째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이제껏 그 어떤 식물도 심지어 선인장도 다육이도 3주 이상 내 손에서 살아남았던 적이 없었다.


   손이 닿은 식물마다 모두 죽이는 마이너스의 손이자 연쇄살식마인 나로서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식물 관리다. 화분을 선물 받는 족족 죄다 죽여버리는 탓에 식물에게 미안해서 공식적으로 화분을 선물받는 것을 거부했을 정도다. 그런 이유로 식물은 우리 집 말고 그 외의 바깥에서만 보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았는데 예상외로 너무 잘 자라주어 고마울 따름이다.


  가지런하게 세워져 있던 잎이 자꾸만 사방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해서 화분이 작아 식물들을 나누어 주어야 하나 생각했었다. 정말 아는 바가 없어 내 주변 사람들 중 식물계에서는 준 박사학위를 가진 수준쯤이 되는 엄마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울 엄마로 말할 것 같으면 집 안의 화분으로 모자라 아파트 입구 화단에 사시사철 따라 다양한 꽃들을 피우게 하시는 분이다. 오죽하면 관리사무소에서 이곳만 너무 예쁘게 꽃이 피면 다른 동에서 우리는 왜 저렇게 안 해주냐고 항의하니 자제해 달라는 이야기를 들으셨단다.

   

   믿고 물어보는 준 식물 박사 엄마의 대답은 이랬다. 스킨답서스는 덩굴식물이라 플라스틱으로 된 행잉 화분에 분갈이를 해서 걸어주면 자연스럽게 덩굴이 내려오는 형태로 자란다고 알려주셨다. 일주일에 한 번씩 행잉을 빼고 물에 전체를 충분히 적셔준 다음에 다시 걸어두라고 말이다. 초보자가 가장 키우기 쉬운 화분이 스킨답서스 화분이라는 것도 알려주셨다.


   인터넷으로 중간 사이즈의 pp소재 행잉화분을 주문하고, 다이소에 가서 물빠짐이 잘 되는 돌, 작은 모종삽, 물뿌리개 주전자까지 모두 장만해 왔다. 추가로 영양이 풍부한 배양토까지 장만해두었다. 기다리던 행잉 화분도 드디어 도착하여 생애 최초의 분갈이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신문지가 필요한데 딱히 구할 곳이 없어서 일단 집에 있는 피크닉용 매트를 바닥에 깔아 준비했다. 택배로 도착한 행잉 화분을 꺼냈는데 설명서 같은 게 없다. 순간 눈앞이 캄캄해져서 당황했다가 블로그를 검색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딱 맞는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분갈이를 할 차례, 잘 자라고 있는 스킨답서스 화분을 옆으로 살살 뒤집어 돌과 흙과 식물을 분리해냈다. 스킨답서스는 크게 세 줄기 정도로 나눌 수 있었다. 행잉 화분 바닥에는 그물망 대신 커피필터를 깔았다. 그물망 준비를 못했는데 블로그에서 커피필터를 사용하는 것이 꿀팁이라고 해서 다행이다 싶어서 냉큼 깔았다.


   커피필터 위에 배양토를 채우기 시작해서 화분의 반 정도 차게 베양토를 넣고, 거기에 세 줄기로 나눈 스킨답서스를 약간 거리를 두어 심었다. 줄기와 뿌리가 더 자랐을 때 엉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줄기를 잘 세우고 그 위에 모종삽으로 배양토를 한 삽씩 떠서 줄기가 상하지 않게 살살 부었다.

   

   배양토로 4/5 정도를 모두 채워준 후, 흙 위를 평평히 다져주었다. 나머지 1/5 은 물 빠짐에 적합한 돌로 얇게 깔아 흙이 흩어지지 않도록 잡아주었다. 이어 아래쪽 물 빠짐 뚜껑을 열고 싱크대에서 시원한 물로 스킨답서스를 충분하게 적셔주었다. 이제 그대로 좀 두었다가 물 빠짐 뚜껑을 닫고 행잉 화분을 잘 걸어주면 될 것 같.


   마지막으로는 걸어놓을 위치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이 스킨답서스는 반려동물이나 아이가 먹을 경우 독성이 있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적혀 있었다. 집에서 7살짜리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고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지라, 화분이 떨어지지 않고 튼튼히 걸려있는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게 중요해 보였다.

   

    안타깝게도 현재 살고 있는 집의 벽 대부분이 못을 박기 힘든 합판으로 되어 있다. 실내에서도 잘 자란다고 하는데 실내에 걸어둘 만한 데가 안 보이는 게 좀 슬프긴 하다. 일단은 베란다의 빨래 건조대 위층에 걸어두면 가장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초록 초록한 형광 연둣빛 스킨답서스 잎들이 무럭무럭 자라가는 걸 보고 있으니 정말 봄이 온 것 같다. 처음으로 연쇄살식마의 살식라이프를 끊게 해 준 나의 첫 번째 반려식물. 공기정화에도 좋다는 스킨답서스 화분을 계속 건강히 잘 살피고 돌봐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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