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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들

안녕, 신앙생활

by Pearl K

우리의 일상에 녹아 있는 기독교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던 전작 《안녕, 기독교》의 저자 김싸부 김정주 작가가 돌아왔다. 꼬박 3년 만에 출간된 《안녕, 신앙생활》은 첫 장을 편 순간부터 단 한 번도 막힘없이 술술 잘 읽히는 책이었다.


이 책은 신앙생활을 하면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지점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먼저, 사랑과 정의, 일과 영성, 죽음과 현실에 관한 거대한 주제들부터 인내와 인격, 방황과 고통 등 삶의 어려움에 관한 성찰이 담긴 글들.


또 결혼과 자존감, 감정과 지침 등 누구나 겪게 되는 정서적 영역의 고민들도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지나치게 느끼는 죄책감의 이유와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공동체에 관해서도 빠짐없이 짚어주고 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복잡한 내용이지만 쉽게 읽히는 문장에 깊이가 담겨 뼈를 맞게 하는 글들로 소개한다. 덕분에 자신의 신앙생활을 부담 없이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책 속의 문장 중에서 다른 어떤 문장보다 내 마음에 크게 와닿았던 문장이 있었다.


“은혜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은혜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아무것도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언제나 부족하고 부끄럽고 보잘것없는 존재다. 그렇게 사랑을 받을 만한, 은혜를 입을 만한 아무런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모습임에도 그것이 은혜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라는 것. 이 분명한 깨달음이 지치고 무너진 나의 마음에 깊은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지금 나의 신앙생활은 어떠한가.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 성경엔 없는 각종 규칙과 규범들, 봉사해야 할 많은 것들과 바쁜 삶에 치여 정작 하나님 앞에 나아갈 시간도 없이 살고 있는가.

그런 스스로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며 하나님도 나를 싫어하실 거야 하고 포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의 아주 작은 신음까지도 세밀하게 들으시고, 한숨 속에 담긴 마음도 모두 아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늘도 우리를 위해 일하시는 하나님이 분명히 계신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이 시절을 견뎌낼 때 선명히 보일 그 은혜를 기대한다. 매일의 신앙생활 속에서 자칫 놓칠 뻔한 것들을 되새기고, 모든 것을 뛰어넘어 일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는 관점과 계기를 만들어 주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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