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자기 자신이 조금은 특별하기를 바란다. 아주 뛰어나게 비범하지는 않아도 나만이 가진 특별함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십 대들은 자신은 너무도 평범하다고 생각하거나, 심지어 스스로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각자의 성향이 다르고 겪고 있는 상황이 다르지만,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 속에서 열심히 삶을 살아내려고 애쓰고 있는 아이들이다. 먼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이수현은 반에서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아이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소심함을 가지고 있다. 수현이는 어느 날, 교실에서 창문 가까이에 앉은 한 친구의 얼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이유는 어젯밤 꿈에 나온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그 녀석의 이름은 이우연. 분명 수현이가 좋아하는 아이는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며 다정하고 따뜻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멋짐을 장착한 한 반장 정후다. 하지만 꿈을 꾼 이후로 이상하게도 자꾸 우연이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한다.
수현이는 이우연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면서 우연이에 대한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비밀계정을 만들어 이우연에 대해 조사하던 수현이는 ‘고요의 바다’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SNS 계정을 발견하게 된다.
고요의 바다는 지구에서 볼 때 달 표면의 동쪽, 적도보다는 약간 북쪽에 있는 평탄하고 낮은 부분을 이르는 말. 1969년에 미국의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여 인류 최초로 발을 디딘 곳이다. 작년에 배두나와 공유가 주연한 동명의 드라마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또 한 명의 인물은 수현이와 같은 반이지만 수현이와 달리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상이기도 한 은고요다. 고요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아이로, 동급생들의 시기 어린 관심과 질투를 함께 받는 아이다.
수현이는 마음속으로는 은근히 고요를 동경하지만, 채희나 다른 친구들이 고요를 괴롭힐 때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릴 용기가 없다. 그렇게 용기 없는 자신을 자책하던 수현이는 우연한 기회에 몇 명과 비밀계정으로 친구가 되면서 화려한 겉모습 뒤에 숨기고 있던 고요와 정후의 고통스러움에 대해 듣게 된다.
어쩌면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고요나 정후보다 우리의 모습은 조금은 소심하고 존재감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수현이나 우연이에 가까운 것 같다. 고요나 정후가 완벽해 보이는 외형 뒤에 각자의 아픔과 고통을 감추고 있듯, 별 존재감이 없다고 느끼는 수현이와 우연이도 사실은 그 어느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나는 존재일 수 있음을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해도 다른 행성의 빛을 반사해서 아름답게 빛나는 항성처럼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부족하고 모자라고 못나 보이는 날에도 우리 모두가 그 사실을 잊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들 자신도 세상이라는 우주에서 각자가 누구나 충분히 반짝이고 있음을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좋겠다.
인상적이었던 책 속의 한 구절을 소개하며 이 책의 리뷰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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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0
어쩌면 이우연은 모든 교신을 잠시 끊은 채 오롯이 혼자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고요한 우주에서 홀로 달의 바다를 바라본 그 지구인처럼.
"그거 알아?"
나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리가 태어나던 해에 명왕성은 행성의 지위를 잃어버렸대."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이었던, 명왕성은 달보다도 크기가 작다는 이유로, 궤도의 모양이 다른 별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행성이라는 이름을 빼앗겼다.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으니까."
이우연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는 듯 말했다.
'나는 안타까웠어. 할 수만 있다면 기준을 바꿔서라도 행성이라는 이름을 다시 붙여주고 싶었어. 그땐 미처 몰랐거든. 우리가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명왕성이 별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꼭 행성이 될 필요는 없는 거야."
명왕성은 지금도 여전히 태양을 공전하며 움직이고 있다. 궤도와 모양을 수정할 필요도, 속도를 높일 필요도 없다. 나는 이우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