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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코를 뚫어내는 방법

휘어져 버린 무언가

by Pearl K

또 코가 막혔다. 희한하게도 아니 감사하게도 양쪽이 다 한 번에 막히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항상 왼쪽 비강이 답답하게 더 꽉 막히는 느낌이다.


그렇게 막혀버린 비강을 뚫으려 아무리 세게 코를 풀어봐도 막힌 건 그대로다. 조금 더 방치해두면 비강을 타고 내려가 목의 점막에 염증을 유발하고, 더 심해지면 역류성 식도염까지 유발한다.


만성비염환자이다 보니 이 과정은 계절이 바뀌거나 환절기가 올 때, 꽃가루가 날릴 때마다 너무나 익숙하게 자주 반복되는 일이다. 심해진 만성비염을 치료하러 종종 가던 병원에 들렀다가 신선한 이야기를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양쪽 코가 비염으로 인해 괴로운 것이 콧물의 양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러면 왜 유난히 왼쪽만 답답한지를 물어보자 코 중간의 벽이라고 할 수 있는 비중격이 왼쪽으로 더 많이 휘어져서 그런 거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간단히 말해 비중격 만곡증이라는 진단이다.


때로 비슷한 고난을 겪어도 유난히 그 고통의 시간이 길고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 이유는 내 삶의 비중격이 균형 잡혀 있지 못하고 한쪽으로 쏠려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계속 기다리고 계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반대방향으로만 가려고 하는 내 미련함을 보았다. 난 왜 이리 어리석은지, 그렇게 한 치도 자라지 않았는지 죄송스러워진다.

일반적으로 비중격 만곡증에 가장 좋은 치료는 수술을 통해 휘어진 코뼈를 바로 잡아주는 것이다. 어긋나고 휘어진 내 삶의 비중격을 균형 있게 잡아줄 유일하고 단단한 기둥이 되어주시는 하나님 앞에 다시 한번 마음을 다 쏟아놓고 내어드리며 살아가고 싶다. 휘어져버린 차가운 삶의 길 위에서 방황하지 않고, 빛과 향기가 가득한 그분의 꽃밭을 향해 달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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