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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주파수를 맞추려면

Where am I

by Pearl K

어디선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 맞추어야 할 주파수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는가 보다. 지지직거리지 않고 깨끗한 소리가 들릴 지점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휠을 돌려본다. 하지만 좀처럼 깨끗하고 선명한 소리를 찾을 수가 없다.


듣고 싶은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매일 밤 10시부터 2시간 동안 좋아하는 가수가 진행하는 라디오였다. 애석하게도 우리 집의 공식 취침시간은 10시였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무사히 라디오를 듣기 위해서는 작전이 필요했다.

먼저 89.1 Mhz에 라디오 주파수를 미리 맞춰놓고, 이불 밑에 라디오를 감춰두었다. 부모님이 잠든 것을 확인한 후에 조심스럽게 이불 밑에서 숨을 죽이고 이어폰을 낀 후 매일 자정까지 라디오를 들을 수 있었다.


안테나가 조금만 어긋나더라도 선명한 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에 좋아하는 노래가 나올 때는 최대한 움직이지 않아야 했다. 한참을 불편한 자세로 고정시킨 채로 라디오를 듣고 나면 근육이 긴장해서 아프기도 했었다. 깨끗한 주파수로 라디오만 들을 수 있다면 그런 고생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최근 계속 실패하고 무너지는 기분이 든다. 뭔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되돌려야 할지 잘 모르겠다. 상황에 따라 마음이 천국과 지옥으로 요동친다. 소망하는 것들은 실패하고 하나님께로부터는 자꾸만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클리어하게 듣고 싶은데, 이미 어긋나 버린 주파수를 어디로 얼마만큼 돌려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지지직 거리는 소리에 내 징징거림이 감춰지는 게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얼마나 어긋나 버린 걸까. 희망 같은 건 애초부터 품지 말았어야 했던 건가 하는 생각만 자꾸 든다. 어려운 상황 앞에서 내 믿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못나고 나약한 지 부끄러울 뿐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고 이대로 구덩이에 쳐 박혀서 하나님을 잊은 채 공허하게 살아가게 되는 게 아닐까 너무 무섭고 두렵다.


잃어버린 주파수를 찾고 싶다. 분명하게 그분의 뜻을 전해주셨던 날들처럼 틀어져 버린 채널을 다시 하나님께 제대로 맞추어 선명한 음성으로 이끌어 가시는 것을 경험하고 싶다. 완벽하게 깨끗한 그 소리에 집중하여 더 이상 발을 헛디디지 않고 제대로 나아가고 싶다. 제발 도와주세요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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