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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양육자인가

노력할 거다

by Pearl K

오은영 박사님의 영향력이 정말 크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넘어 금쪽 상담소까지 어른의 문제가 곧 아이의 문제행동이 되고, 어릴 때의 경험을 통해 습득한 좋은 것과 나쁜 것들이 인생에 어떤 방향의 영향을 끼치는 지도 우리는 이런 방송들을 통해 배우고 있다.


아이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만 사실 어떻게 보아도 나는 절대 좋은 양육자라고 할 수 없다. 반려한 지 7년이 된 우리 집 강아지 봉봉이를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모자란 양육자인가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어릴 때부터 집에서 계속 강아지를 키웠지만 그건 그저 부모님의 몫이었다. 처음 봉봉이를 만나 가족으로 삼고 키우면서도 밥이나 챙겨줄줄 알았지 강아지가 진짜 필요로 하는 부분은 채워주지 못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예뻐한다면서도 봉봉이가 원하는 것보다는 내가 편하고 하고 싶은 방식대로 이기적인 사랑을 했고, 잘못된 양육방식은 결국 문제행동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제야 겨우 봉봉이를 진짜 가족으로 대해주고 받아들이는 법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중이다.


2주 전 주일 오후, 봉봉이가 훈련소에 입소했다. 3개월 동안 보호자와 떨어져 있으면서 집착과 소유욕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회성을 길러줄 예정이다. 나 역시 주마다 1회씩의 보호자 교육을 통해 내가 편한 대로 양육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봉봉이가 바라는 대로 즐겁게 놀아주는 법도, 교감하며 제대로 된 산책을 하는 법도 처음부터 다시 배울 거다.


그동안 쉬어야 할 때도 이뻐한다는 핑계로 못 쉬게 자꾸 귀찮게 만지고 괴롭혔던 것도 미안하다. 집은 먹고 쉬기만 하는 곳이어야 했는데 놀이공간과 쉴 공간을 분리하지 않고 내키는 대로 놀아줬다가 외면했다가 갑자기 안아줬다가 했던 것도 강아지를 혼란스럽게 만든 큰 실수였다.

결국 봉봉이를 나만 바라보는 강아지로 만들어 놓고는 하루에 8~10시간씩 매일 혼자 두고 교감도 안 되는 산책을 1시간 남짓할 뿐이어서 무기력증을 겪게 한 것도 결국 다 내 잘못이다.


그제는 훈련소 입소 후 꼬박 7일 만에 봉봉이의 첫 면회를 다녀왔다. 결혼식과 신행으로 2주간 호텔링을 했던 것 외에는 같이 사는 지난 7년 동안 가장 길게 떨어져 있었던 셈이다. 매일 봉봉이가 그립고 보고 싶어 지독한 분리불안을 겪은 건 오히려 내쪽이었다.

자주 가던 동물병원에 매일같이 들러 다른 강아지들을 쓰다듬어 주기도 하며 겨우 한 주를 버텨냈다. 일주일 만에 드디어 봉봉이를 만났는데 몹시 반가워했고 목이 살짝 쉬어있었다. 근데 내 생각보다 봉봉이는 쿨했다. 집착력을 끊어내는 과정이니 더 쿨해져야 하는 건 맞지만 왠지 서운해지는 감정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남아있는 11주의 과정을 함께 잘 겪어내고 서로에게 더 좋은 가족이 되기 위해 노력할 거다. 계속 함께 살고 싶으니까. 그러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좋은 양육자가 되기 위해 더욱더 노력할 거라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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