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부장님

모든 것이 완벽했다.

by Pearl K

매년 도서부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성비를 따져보면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은 편이다. 평균 1:9의 비율이고 지원이 많은 해에도 성비는 2:8 정도다. 실제 지원자 수가 적은 만큼 도서부로 선발되는 남학생도 적을 수밖에 없다.


보통 중햑교 도서부는 신입생일 때 선발하여 졸업할 때까지 활동한다.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는 본인이 진로와 관련된 다른 동아리를 희망하거나, 활동을 지나치게 안 해서 잘리게 되는 두 가지의 경우뿐이다. 마침 2학년 도서부원에 공백이 생겨 2명의 남학생이 선발되었고, 그중 한 명이 용준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큰 기대 없이 그저 자기가 맡은 요일의 당번만 잘해주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용준이는 나의 기대를 가뿐히 뛰어넘는 탁월한 도서부원이었다. 학창 시절에 처음으로 해 보는 도서부라 헷갈릴 만도 한데 도서 정리부터 시작해서 행사 홍보, 글쓰기, 외부활동 인솔, 후배 케어까지 그야말로 대충 하는 게 없었다.


무엇이든 맡겨만 달라던 용준이의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어떤 일이든 맡기기만 하면 내가 기대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잘 그리고 훌륭히 해냈다. 그런 용준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점점 그 아이에 대한 신뢰가 쌓여갔다. 심지어 당번이 아닌 날에도 용준이는 매일 꾸준히 도서관에 들러 마치 해결사처럼 필요한 부분들을 착착 해결해 내고 교실로 돌아가곤 했다.


3학년이 되자마자 1년간 쌓인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용준이를 도서 부장으로 세웠다. 다른 도서부원들도 적극 찬성했다. 1학년 도서부원들이 도서정리에 서툴러 어려움을 겪을 때면, 용준이는 직접 정리하는 시범을 보이며 친절히 후배들을 가르쳐 주었다. 무엇을 부탁하든지 용준이는 너끈히 해냈다. 후배들은 용준이를 퍼펙트 부장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도서부 봉사활동을 잘 해내는 것은 물론 용준이는 사서 선생님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었다. 자신의 꿈과 진로부터 가족 간의 고민까지 정말 깊은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나눌 정도로 나를 신뢰해 주었다. 당시 용준이의 담임선생님은 나와 꽤 친분이 있는 분이셨는데 자신에게는 용준이가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았다면서 장난 섞인 질투를 하기도 했었다.

용준이는 꿈은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꿈을 위해 특성화고로 진학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술직으로 일해오신 아버지께서 아들은 자신과 다르게 살기를 원하셨고, 용준이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인문계 고등학교로 진학하여 다른 진로를 찾기로 했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용준이는 고등학교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언제나 도서관에 찾아와 내게 이런저런 고민들을 늘어놓고 가기도 했다. 동아리가 일찍 끝나서, 스승의 날이 가까워서, 그냥 오고 싶어서, 의논할 것이 있다며 용준이는 수시로 내가 있는 도서관을 찾아왔다.

고1 때부터 우연하게 모의재판 동아리에 들게 되면서 새로운 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이후로 바빠졌는지 찾아오는 빈도가 뜸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락은 계속 이어졌고 틈날 때마다 문자를 보내서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퍼펙트 부장님 용준이는 탁월한 모의재판 진행으로 후배들에게 명성을 날리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또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꿈을 찾아 세 번의 도전 끝에 원하는 대학의 학과에 진학했고, 작년 가을부터 공군으로 입대하여 군생활을 하고 있다.

퍼펙트 부장님이라는 별명처럼 이제껏 보여준 모습들이 정말 믿음직했던 아이. 20대의 용준이가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제대 후 앞으로 자신만의 꿈과 비전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꽤 기대가 된다. 선생님도 잊지 않고 계속 응원할게. 용준아, 너의 앞날에 파이팅! 을 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