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시끄럽게 울려대는 알람을 세 번이나 껐지만, 눈은 쉽게 떠지지 않았다. 일어나야지 하고 생각하긴 했으나 다시 정신없이 잠에 빠졌었나 보다. 주변이 조용해서 뭔가 이상한 느낌에 눈을 떠보니 8시 20분이다. 출근 준비가 끝나고 나가야 할 시간까지는 고작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헐레벌떡 화장실로 뛰어가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나니 5분. 빛의 속도로 머리를 대충 말리고 팔다리에 옷을 꿰어 입고 특수 마스크를 장착했다. 최소한의 준비 끝이다. 나는 서둘러 집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시동과 함께 에어컨부터 가동했다. 미처 말리지 못한 머리로 아침부터 뛰어다니는 바람에 목 뒤가 더웠다.
오늘은 지방으로 출장을 가는 날이다. 예전에는 하루 만에 다녀올 수 있다고 해서 일일생활권이라고 불렀다고 하던데 요즘의 지방 출장은 채 반나절이 걸리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오고 가는 시간이 지하 고속터널 개발 이후로 혁명적으로 단축되었기 때문이다. 지하 고속터널은 쉽게 말하자면 초음속 에스컬레이터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개인 소유의 차로 메인 플랫폼에 도착하면 플랫폼에서는 목적지에 따라 각각 다른 입구를 알려준다. 목적지로 향하는 입구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한 알의 약을 먹어야 한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인해 귀의 반고리관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약이다.
이 약을 먹으면 이동시간 동안 완전히 잠들게 된다. 이후 운전자가 목적지 입구로 들어가면 마치 기계식 세차를 받을 때처럼 차량 설정만 해놓으면 된다. 일명 SEC(Sonic Escalator Conversion)이라고 불리는 초음속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목적지가 국내 어디든 30분 내로 이동을 시켜주는 것이다.
잠시 후 나는 현천이라고 적힌 입구에 도착했다. 현천은 과거의 오키나와로 예전에는 지리적 위치상 일본이었던 곳이다. 2035년에 일어난 후지산 대폭발로 일본 열도의 절반과 정치인들이 공교롭게도 모두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완전히 훼파된 일본은 재건을 위해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전에 제철소를 짓느라 바다에 면한 땅에 새로운 육지를 만들어냈던 기술이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자연스럽게 관련 기술자들이 그곳에서 살게 되었고, 반 토막만 남은 그 땅을 재건하기 시작했다. 땅이 재건되는 동안 모든 통치권을 한국에 맡기자는 일본의 국민적 합의가 생겼고, 무너진 일본 땅은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부속 국가로 편입되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얻어낸 자연스러운 양도였다. 그렇게 그 땅은 한국의 지방 행정구역 체계를 따르게 되었고, 예전 이름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시의 이름을 현천(구. 오키나와)이라 짓게 되었던 거다.
드디어 현천으로 가는 입구가 열렸다. 나는 차량을 정 위치에 놓고 모든 차량에 부착된 SEC 버튼을 눌렀다. SEC 버튼을 누르는 순간 캡슐이 차량 전체를 감싸고, 내 눈은 스르르 감겼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캡슐이 해제되며 동시에 눈을 떴다. 빨간 불이 초록불로 바뀌면 출구로 나가면 된다.
출구로 나가 플랫폼을 벗어난 후, 오늘 업무를 진행할 장소로 이동했다. 현천 시는 인구 50만의 큰 도시다. 예전에는 인구 100만은 되어야 특별시라고 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줄어드는 출생률과 노인 인구의 증가로 인해 이미 인구증가는 둔화 아니 후퇴하였다. 지금은 인구가 50만 명 정도면 손에 꼽히는 엄청나게 큰 도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현천 시에서의 업무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나는 다시 같은 과정을 거쳐 서울로 돌아왔다. 서울에 도착하여 사무실로 출근하니 11시 30분. 직원들이 출장 잘 다녀오셨나고 이제 점심부터 먹으러 가자고 한다. 일단 점심부터 먹고 현천 시에 출장 다녀온 결과를 브리핑하고 오후부터 업무 전개를 위한 회의를 진행해야겠다.
모두 점심 맛나게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