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대통령

볼수록 반전 매력

by Pearl K

헤실헤실 웃을 때마다 툭 튀어나오는 고르지 못한 치열.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안경. 하나로 모아 꽉 묶었는데도 여기저기 부스스 삐져나오는 잔머리. 혜연이의 첫인상이다. 거기에다 말은 어찌나 속사포인지. 한때 초고속 랩을 자랑하던 아웃사이더나 조광일, 랩에 쉼표가 없다는 비와이 저리 가라다.


천진난만하고 해맑은 혜연이 표 트레이드 마크는 길거리 동물들부터 교회의 담임목사님까지 가리지 않고 마구 들이대기다. 상대방이 말할 틈 따위는 주지 않는다. 혜연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궁금해하는 질문을 대답해줄 때까지 벗어날 수 없다. 혜연이와 시선을 마주치는 것을 주의하라. 혜연이의 호기심이 당신을 돌로 변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모두가 혜연이를 귀여워했지만, 한편으론 조금은 부담스러워했다. 주로 만날 수 있는 요일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더욱 그랬다. 어쩌다 시간이 넉넉해도 주로 일방통행식 소통만 계속되다 보니, 혜연이를 만날 때마다 쉽게 지쳤다. 선생님도 전도사님도 은근슬쩍 혜연이와 마주치는 것을 피해 다니기도 했다.


새 학기가 되었고 혜연이의 들이대는 습관은 줄어들지 않은 채 무사히 한 학년을 진급하였다. 사실 중학교 1학년 때는 학교에 친구가 없고, 친구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힘들어했었다. 진급 후엔 잘 적응하고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혜연이가 처음 보는 학생들을 가끔 교회에 데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단발성이고 매주 데려오는 아이들의 얼굴이 바뀌었지만 말이다.


그맘때쯤 청소년부에서는 새 학기를 맞이해서 3월부터 5월 마지막 주까지의 기간을 정해 전도 초청 잔치를 열었다. 드디어 전도 초청 잔치를 결산하는 날이다. 친구들을 가장 많이 전도해 오고, 꾸준히 같이 예배를 드린 학생에게 상을 준다고 했다. 지난 3개월 동안 가장 많은 친구를 전도한 수상자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모두가 깜짝 놀랐다.


최고상인 대상 수상자는 바로 혜연이었다. 거기다 더욱 놀라운 사실 하나가 있었다. 혜연이가 데려온 아이들은 모두 각 반에서 왕따를 당했던 아이들이었다. 소외되고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하던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먼저 친구가 되어준 것이다. 나는 혜연이가 가진 리더십을 보고 그녀를 ‘미운오리 대통령’이라 부르기로 했다.


남들이 보기엔 미운 오리처럼 보이는 아이들에게 너희는 백조가 될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는 아이. 미운 오리들이 잃어버린 본모습을 찾아주는 아이. 혜연이는 자신감을 잃은 친구들에게 모두가 빛날 수 있는 존재임을 알려주었다. 또한 우리가 놓쳤던 혜연이 스스로의 소중함과 빛나는 반짝임을 아주 멋지게 보여주었다.


미운오리 대통령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외모로 행동으로 쉽게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했던 모습을 크게 반성하게 했다. 혜연이를 조금이나마 부담스러워했던 지난 순간을 후회하고 사과한다. 오늘도 여전히 누구보다 자신답게 살아내고 있을 혜연이를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