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붙었냐?

1년짜리 4 총사

by Pearl K

7살 때부터 이웃집 아주머니의 전도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나는 학창 시절과 청년의 시간을 통해 사실상 교회 내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봉사를 해 왔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단 한 가지만은 할 수가 없었는데 그게 바로 주일학교 교사였다.


주일학교 교사란 아이들의 예배를 돕고, 소그룹에서 성경 공부도 하고 아이들의 삶도 들여다보는 일종의 교회 내에서의 담임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다. 4 총사는 중등부에서 반 담임을 맡은 지 5년 만에 만난 아이들이었다. 어렵지 않게 한 해 동안 아이들을 관리할 만큼 그동안 노하우도 좀 쌓였고 얼굴을 아는 아이들도 섞여 있어서, 큰 부담 없이 중학교 2학년 7명의 반을 맡게 되었다.


처음엔 모든 것이 괜찮아 보였는데, 날이 갈수록 사소한 것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매주 성경책을 단 한 번도 가져오지 않는다거나, 모두가 일어나야 하는 예배 순서마다 우리 반 남학생 네 명만 당당하게 앉아 있는 모습은 나를 몹시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도 아니었는데 왜 그토록 집착했을까 싶다.


태준, 성준, 도현, 지훈 4 총사는 매주 지치지도 않고 계속되는 채근을 못 들은 척했다. 일어나라고 어깨를 당기면 의자와 엉덩이 사이에 접착제라도 붙여놓은 것처럼, 엉덩이에 의자를 딱 붙인 채 움직일 수 없다는 시늉만 했다. 아이들과의 힘겨루기가 길어질수록 나는 초조해졌다. 아이들이 기를 쓰고 무엇이든 안 하려고 하는 태도에 불필요한 자격지심이 생겨 나를 무시하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결국 내가 좋은 담임교사가 아니라는 것이 드러날까 봐 더 전전긍긍했던 것 같기도 하다.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4 총사와의 힘겨루기에 나는 날마다 지쳐갔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중등부를 담당하시는 윤 전도사님에게 상담을 요청했지만, 윤 전도사님은 자신이 맡은 일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쁘고 시간이 없으셨다.


“전도사님, 도저히 못 하겠어요. 제가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 봤는데 이젠 더 못하겠어요.”

“선생님, 그렇게 하시면 곤란해요.”

“아무래도 1학기가 끝나면 담임을 바꾸는 게 아이들에게도 더 좋지 않을까요?”

“선생님! 중도에 포기하는 것이 선생님에게 더 마이너스가 되고 안 좋지 않을까요? 힘든 아이들을 만나면 다음에도 중간에 또 포기할 거예요? 웬만하면 그냥 기도하면서 버티세요.”


윤 전도사님의 말이 칼이 되어 나를 찔렀다. 격려와 위로를 비롯한 실질적 도움과 조언이 필요했던 건데, 너무 바쁜 전도사님에게 내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는 없었다,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어도 방법이 없고, 하늘까지 솟아오른 벽을 만난 것처럼 눈앞이 캄캄했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미 4 총사에게 질릴 대로 질려 그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 시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사랑할 마음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빈 껍데기와 같은 내 모습을 인정하기가 싫었다. 사랑하는 마음 대신 그 안에 미워하는 마음을 채우고 있는 못난 내가 한심했다. 마지막으로 중등부 담당 부교역자인 유 전도사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계속 나를 무시하고 거부하는 아이들이 너무 미워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난다고. 그 아이들을 도저히 사랑할 수가 없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유 전도사님은 다행히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또 예배 시간에는 우리 반 바로 뒤에 앉아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봐 주셨고, 부담임처럼 반 아이들을 함께 담당해 주셨다. 유 전도사님이 방전되고 바짝 말라버렸던 내 건조한 마음에 다시 생기를 채워 넣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아이들도 도와주시고 나의 어려움까지 많은 지점의 이야기를 들어주신 덕분에 남은 2학기까지 반 담임교사로 1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 시간을 통해 나라는 사람이 얼마나 사랑이 없는 사람인지 깨달았다. 학교에서 또 교회에서 만난 아이들을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건 큰 착각이었다. 애초에 나는 아무 조건 없이 누군가를 무한정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아이들이 마냥 사랑스럽고 예뻐 보이게 했던 무한한 사랑은 내게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내 힘으로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인정할 수 있어 다행이다. 위에서 마음에 부어주시는 사랑 때문에 부족한 내가 아직도 아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늘 그랬던 것처럼 변함없이 아이들 앞에 선다. 여전히 부족한 교사지만 가장 높은 곳에서 흘러오는 사랑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하는 통로로 살고 싶어서, 사랑할수록 사랑이 더 커지는 이 귀하고 신기한 자리에서 매일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