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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두 가지 얼굴

by Pearl K

흔히들 생각하는 여름의 이미지란 작열하는 태양과 이글대는 열기, 거기에 대비되는 푸른 바다의 풍경, 서핑하며 파도를 즐기는 사람들, 형형색색의 파라솔과 수영복 차림의 사람들로 가득 찬 모래사장 같은 것들일 것이다. 나 역시 비슷한 느낌의 이미지만 가져왔던 게 사실이다.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여름의 또 하나의 이미지는 우중충한 날씨로부터 시작된다. 장마철마다 집이 온통 물에 잠기거나 산사태로 집이 파묻히는 등의 일이 생기기도 한다. 또 태풍이 오는 시기마다 거센 바람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고, 태풍과 함께 동반되는 궂은 날씨와 뇌우 등은 전기공급의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여름철 장마와 태풍으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는 것을 우리는 뉴스에서 이미 너무 많이 보아왔다. 장마와 태풍은 매년 우리나라를 스쳐 지나가며 막대한 재산피해와 심각하게는 인명피해까지 유발한다. 이렇게나 기술이 발달해도 왜 매번 제대로 준비하고 예방하지 못할까 속상하고 답답하다.

<2006년 강원도 양양에서의 수해사진>

이렇게 여름에는 두 가지 측면의 얼굴이 있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긍정적으로 보이는 사건 뒤에는 반드시 그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밝은 태양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그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밝은 태양이 현실인 것처럼, 그 뒤에 길게 드리워지는 그늘도 누군가에게는 잔혹한 현실이기에 우리는 이 사실을 외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된다.


뜨거운 태양과 푸른 바다를 즐기는 만큼, 장마와 태풍으로 인해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기억하고 온기를 전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작년과 올해 겨울 건조한 날씨로 인해 강원도 지역은 산불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다정하고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준 이들은 소박하고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큰 금액을 기부해 준 셀럽들도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화재 지역에 직접 찾아가 재난 상황을 복구하는 데 일손을 보태주기도 했다. 또 화재로 복구 중인 강원도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 그곳의 지역경제가 다시 활성화되도록 도와준 이들도 많았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관련 기사들을 접하며 마음이 찡해졌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진다고들 하지만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여름의 두 가지 얼굴을. 여름을 누릴 수 있어 행복하고 즐거운만큼, 원치 않게 피해를 입어 삶이 어려워진 이들을 잊지 말자. 보잘것없는 아주 작은 도움일지라도 그런 작은 마음들이 모여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큰 용기를 전달한다는 것을. 그렇게 작게라도 서로의 마음을 모을 수 있다면, 그래서 이 여름에 모두가 함께 즐거워질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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