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우주로 가득 채우다

다정한 우주 2기 월요반 후기

by Pearl K

고민의 시간이 길지 않게 무작정 손을 내밀어 볼 수 있었던 것은 7할이 모임의 이름 때문이었다. 함께 읽고, 쓰고, 지지하는 글쓰기 공동체라니. 모든 것들이 정신없이 돌아가고 분주함 속에 잠깐의 여유도 찾기 힘든 일상에 완벽한 타인일 누군가에게 다정함이 되어준다는 것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산만하게 늘어져 있던 여러 가지를 정리하고 새로운 세계와 영역으로 내 생각을 집중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초점을 온전히 맞추어야만 제대로 경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덕분에 6주 동안 서로 다르지만 다정함으로 꽉 채워진 아홉 아니 열 개의 광활한 우주를 만날 수 있었다.

뱉어낼 준비가 되지 않아 속으로만 꾹꾹 삼켰던 오랜 기간의 아픔을 비로소 마주하고, 그 기간을 통해 내가 깨닫고 발견한 나를 비로소 밖으로 소리 내어 꺼내볼 수 있었다. 담아둔 아픔에 대해 힘겹게 써 내려간 글을 다정한 마음으로 들어주는 사람들 앞에서 낭독하는 것만으로 치유하는 글쓰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머뭇거리다가 겨우 시작은 했지만 쏟아지는 감정의 홍수로 제대로 된 마무리를 하기 힘들었던 글에도 괜찮다고 걱정 말라고 한 단계 더 나아가 생각해 볼 기회를 열어주었다.

세심하게 이루어지는 따뜻하고 다정하지만 예리한 피드백. 이 글에서 빠져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지점을 더 고민해보고 써야 하는지도 배웠다. 어떤 얘기든 다 들어줄 것만 같은 한 분 한 분 샘들의 다정함과 따스함, 준비가 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는 배려는 여러 가지로 주눅 들고 지쳐있던 내게 잔잔한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글쓰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좋은 경험들을 충분히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정한 우주는 또 다른 관점과 시각에서 나 자신과 내 글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곱씹어볼수록 스스로에게 해야 할 질문들이 점점 늘어났다. 나는 왜 이 글을 쓰고자 하는지, 이 글을 통해 정말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나에게 이것이 왜 필요한지, 어떤 단어와 문장들을 사용하여 나만의 언어로 표현할지. 고민할수록 나의 좁은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느낀 것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가 닿게 하기 위해서는 씨줄과 날줄로 이야기들을 좀 더 촘촘히 엮어내야 한다는 것. 나의 소소한 이야기를 폭발력을 가진 이야기로 전달하고 써내기 위해서는 정지우 작가님의 표현처럼 가야 할 방향을 언제나 진실한 솔직함에 두고 써야 한다. 중간중간 공유해주셨던 글쓰기에 관한 문장들과 영상도 다 유용하고 좋았다.

막연하고 추상적이어서 허공에 뜬구름 잡기처럼 여겨지고 좀처럼 적용하기 힘들었던 부분들도 좀 더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깨달을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먼저 모임을 이끄시는 설아 샘의 섬세하고 겸손하신 태도에서 또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부족함이 많은 글인데 여러 번 곱씹어 읽어주고 고민해 주신 것이 느껴져서 여러 샘들에게도 참 고마웠다. 두 번째 글 합평을 받은 다음 날 아침, 설아 샘의 예상치 못했던 깜짝 전화방문은 자상한 케어로 내 마음을 두드렸다.


여섯 번의 월요일 동안 서로의 우주를 여행하며 깨달았다. 살아온 모양은 다르지만,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는 교집합이 있는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우주로 가득한 은하계에서 각각의 우주가 부여했던 짐을 내려놓고 글 속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이곳에서 얻은 다정함을 통해 스스로를 옥죄었던 죄책감에서 조금은 더 자신을 아껴주어도 괜찮다는 위로도 얻게 되었다.


참으로 다정했던 열 개의 새로운 우주는 혼자 남겨져 텅 비어버린 것 같던 존재를 다시 채울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주저앉아 슬퍼만 하고 있던 시간들을 훌훌 털고 일어나 한 걸음 바깥으로 내디딜 용기를 전달받았다. 나에게 건네주었던 샘들의 다정한 격려가 또다시 만나게 될 수많은 삶의 시간들 속에서 새로운 원동력이 되어줄 것 같아 고맙고 감사하다. 참여하길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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