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우리와 떨어져 지내던 봉봉이가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4월 충격적인 사건 후 더 이상 훈련을 미룰 수가 없겠다고 생각해서 위탁훈련을 보냈었다. 이찬종 소장님의 첫 번째 제자이자 군대 선임이었던 이평우 소장님이 운영하시는 애견 스쿨이어서 그래도 믿음이 갔다. 소장님은 봉봉이가 나에 대한 집착은 심한데 신뢰가 부족하다고 했다.
봉봉이를 맡겨놓고 첫 열흘 정도는 면회가 금지되었다. 정말 매일이 그리움의 연속이었다. 7년 동안 함께 생활하던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것은 생각보다도 훨씬 더 힘들었다. 어쩌면 내가 더 큰 분리불안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과정을 통해 사실은 내가 더 집착했던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외로움을 모두 봉봉이에게 투사해서 자주 내 강아지를 힘들게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저 봉봉이도 나도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을 통해 서로에게 덜 집착하고 서로를 좀 더 믿는 관계가 되기를 바랐다.
열흘이 지난 후부터 매주 한 번씩 주말마다 봉봉이를 만나러 갔다. 걱정했던 것에 비해 봉봉이는 생각보다 아주 잘 지내고 있었다. 첫 한 달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긴 시간처럼 느껴졌는지 모른다. 30일이 마치 30년쯤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첫 달을 보내고 나자 남은 두 달은 조금 수월해졌다. 주말마다 보호자 교육을 함께 받으면서, 봉봉이와 소통하고 산책하는 방법부터 다시 하나씩 차근차근히 배워나갔다. 흥분을 줄이고 차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그동안 조급했던 나부터 달라져야 함을 느꼈다.
퇴소와 귀가를 한 달쯤 남겨두었을 무렵에는 나도 봉봉이도 조금은 더 자라 있다고 느꼈다. 적당한 거리를 두어 서로를 괴롭게 하지 않으면서 더 안전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렇게 모든 훈련을 마치고 퇴소하는 날, 소장님이 직접 봉봉이를 집까지 데려다주셨다. 내가 궁금한 점에 대해서 집에서 생활규칙을 어떻게 만들어가는 것이 좋은 지도 직접 보여주셨다. 불안해하지 않도록 봉봉이와 매일매일 조금씩 훈련도 하고 산책도 다녔다. 재택 연수 기간이라 다행히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었다.
집착을 줄이기 위해서 쉽게 안아주는 일도 안 하고, 쓰다듬어 주는 일도 하루에 한 번 정도로 자제하고 있다. 꼭 해야 하지만 싫어하는 관리를 해주어야 할 때면 미리 기다리라는 말로 준비할 수 있게 해 주고, 산책 후 발을 닦거나 털 관리를 해 주는 등 준비할 시간 여유를 둔다. 그러고 보니 전에는 싫다고 해도 강제로 잡아서 관리해 주었기에 봉봉이가 느끼기에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착을 덜하니 차도 잘 타고, 각자가 좀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이전에는 혼자 두고 쓰레기 버리러 가기도 힘들었는데 매일 반복되는 연습으로 잠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오는 정도는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오늘 개학을 앞두고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혼자 있는 훈련을 해 주고 있는데, 아직은 불안하고 다시 집착이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는 지점도 있다. 생각보다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지치지 않고 꾸준히 훈련을 이어가고 싶다.
예뻐해주지 않는 것이 생각보다 참 쉽지 않다. 보고만 있어도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더 그렇다. 하지만 잘 참아낼 거다. 서로를 향한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냐아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내가 없는 시간에 봉봉이도 불안함 없이 편하게 자기만의 쉼을 가질 수 있고, 나도 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우리 힘내서 같이 잘해보자 사랑해 봉봉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