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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Aug 20. 2022

꿈에서 풀어낸 마음

어젯밤 이번 주 내내 피곤했던 몸을 이끌고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자는 동안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장면이 꿈에 등장했다. 오랫동안 마음에 맺혀 있던 일은 때로 불쑥 나타나기도 하나보다.


   가장 가깝지만 가장 상처가 되기도 하는 사이가 가족이다. 커다란 잔치가 열린 연회장 같은 느낌의 장소. 엄마가 주인공인 잔치에 많은 친척들과 가족들이 모두 모여있었다. 꿈에서도 여전히 이 모든 것들을 문제없이 진행되게 하기 위해 난 혼자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고군분투했다. 상황이 갑작스레 꼬여 문제가 발생했는데, 모두의 손가락질과 비난이 나를 향해 왔다.


   답답한 마음에 계속해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소리까지 질렀는데도 나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듯 아무에게도 특히 엄마에게는 더욱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았다. 엄마는 그저 그렇게도 애정 하는 아들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투명인간이 된 것만 같았다. 평소 잘하지도 않는 욕설이 나올 정도로 더러운 기분이었다. 현실에선 잠꼬대로도 욕을 내뱉었던 것 같다.


   다시 입을 열어 억울하다는 말을 전하려고 하는데, 그 순간 잠에서 깨버렸다. 현실을 자각하고 지금 내가 어디 있는지 막연히 알았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갑갑함으로 가득했고 다시 꿈속으로 돌아가 하지 못한 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순간 현타가 온 건지 꿈속의 장면들이 현실을 너무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지 주체할 수 없게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위가 꼬이고 배가 아플 정도로 소리를 내어 엉엉 울었다. 소파에서 쉬다가 내가 서럽게 우는 소리를 들은 남편이 놀라서 달려왔다. 왜 우냐고 묻는데도 가슴 가득 쌓인 응어리를 눈물로 토해내느라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토해내도 토해내도 눈물은 쉬이 그치지 않았다. 여러 가지로 괴롭고 힘들었던 맺혀있는 마음들을 꿈에서라도, 이렇게라도 풀어내고 싶었나 보다.


   애써 꾹꾹 참아온 상처가 짐이 되어 내 마음을 세게 누르고, 그 돌덩이 같은 응어리가 너무도 커져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던 거라고 생각된다. 미처 말하지 못한 마음이  쌓이고 쌓여 응어리가 되고, 그 응어리가 분출할 수 있는 곳은 꿈에서 뿐이었나 보다. 덕분에 무거웠던 마음을 절반 정도는 덜어낼 수 있었다.


   가족이란 참 신기하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걱정한다는 명분으로 남에게는 하지 않을 나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함부로 내뱉는다. 그게 상대에게 얼마나 큰 독이 되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말을 조심해야 하는 게 맞는데, 이상하게도 타인에겐 친절하면서도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는 잔혹하다.


   그런 생각의 반영이었던 건지 내 이상형 목록의 1순위는 말을 예쁘게 하는 남자였다. 김창옥 교수님의 표현대로 하면 모국어가 좋은 남자다. 감사하게 그런 사람을 만났고 모국어가 좋다는 말이 딱 맞게도 그가 자라온 환경도 그러했다. 덕분에 지난 어린 시절 가족에게 받았던 언어적 폭력들을 그나마 위로받을 수 있었다.


   아직 해결하고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이지만 소중한 가족이니만큼 더욱 조심하고 서로를 향해 함부로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격려하는 말만 하기에도 짧은 인생이니까. 제발 서로가 서로를 더 소중히 대해주는 사이가 되면 좋겠다. 그럼 남아있는 내 응어리들도 조금씩이지만 차차 풀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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