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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Oct 11. 2022

무색무취보다 컬러풀

피부가 예민한 편이라 화장품을 구입할 때 가장 먼저 신경 쓰게 되는 것은 어떤 향이나 색이 들어가 있는가다. 보통 향이 진한 화장품의 경우 색도 진하고 반대로 향이 거의 없는 것은 투명한 물과 같은 무색인 경우가 많다.


   무색무취의 화장품이 피부에 자극을 덜 주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향이 없고 색도 없는 제품들만 주로 사용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는 시중 제품을 사용할 수가 없어 피부과에서 따로 처방받은 보습제만 주로 사용하고 있다 보니 주변의 낯선 향에 더욱 민감해지게 되었다.


   바깥에 다니면서 원치 않게 불쾌한 일 겪는 표적이 된 적도 있고, 체형 자체도 늘씬한 편이 아니다 보니 의상에 있어서도 주로 무채색을 입게 되는 편이다. 무채색의 옷을 입으면 튀지 않고 다른 이들의 시선도 피할 수 있어 불필요한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렇게 사용하는 화장품도 무색무취이고 의상도 무채색을 즐겨 입는 사람이지만, 삶이 흑백처럼 고여있고 머물러 있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움직이고 활동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끊임없이 열정을 부어 실현시키는 colorful person이 되고 싶다. 사실 내면에서는 그 누구보다 컬러풀함이 넘치는 사람이 나다.


   슬픈 것은 사회에서는 컬러풀한 사람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사가 요구하는대로 토 달지 않고 맡은 업무를 척척 해내고, 부당한 것에도 크게 반박하지 않고, 한계로 설정된 영역을 묵묵히 지켜내는 사람을 올바른 사회인, 잘 적응한 직장인이라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컬러풀 인간에게 그런 삶은 너무도 답답하기만 해서 때로는 강력한 탈츌욕구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한 번 살아가는 인생이니 무색무취하게 살기보다는 이왕이면 컬러풀하게 살고 싶다. 다른 사람들의 색을 부러워만 하지 않고, 뚜렷한 나의 컬러를 가진 삶을 살고 싶다. 그 색으로 주변의 다른 이들을 예쁘게 물들이는 사람으로 살 수 있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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