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rl K Oct 17. 2022

하루를 다독이는 시간

나의 오후 네 시. 그 시간은 조금은 분주하고 조금은 평온한 시간이다. 하루의 업무를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후 4시는 뿌듯하면서도 허무한 시간이기도 하다. 오늘은 충분히 애썼어. 할만큼 했다 혹은 나 오늘 뭐한 거지 그렇게 두 가지로 반응하게 된다. 평소 퇴근이 5시라서 퇴근 1시간 전인 4시에는 딱히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기도 하다.


   나의 오후 4시는 하루의 고단함을 잠시 휴식하는 시간이다. 업무를 정리하고 다른 실에 가서 처리해야 할 일들도 하고, 가끔 햇볕이 좋은 날은 건물을 한 바퀴 돌며 산책하기도 한다. 잠깐의 광합성을 함께 해줄 산책 메이트가 있다면 더욱 좋다.


   내가 하는 업무 자체가 전반적으로 혼자 운영, 관리하는 것들이 많다 보니 가끔은 고착화되거나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오후 네 시가 되면 비슷한 환경의 1인실에 있는 직장 동료를 찾아가 혼자 해결하지 못한 고민거리들을 털어놓기도 한다.


   행사를 이렇게 운영하는 게 맞는지, 이런 아이디어는 어떤지 등 친한 동료에게 의견을 구하며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내 머릿속을 리프레시하는 계기로 삼기도 한다.


   1년에 네 번, 아이들의 시험기간에는 조금 일찍 퇴근하여 푸르른 자연과 햇빛을 마음껏 쬐는 날도 있다. 미뤄두었던 은행과 관공서 업무 등을 처리하고, 시간이 부족해 방문하지 못했던 병원도 간다. 또 맛있는 음식과 커피를 나누며 한참이나 만나지 못한 동료들과 기쁜 재회를 나누기도 하는 시간이다.


   오후 네 시의 나는 조금은 나른하고 피곤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종일 업무를 보았기 때문에 피로가 온몸으로 밀려온다. 애써 기지개를 켜고 몸을 쭉 한 번 펴준다. 하루 종일 구부정한 어깨와 거북목으로 뭉쳐있던 근육들을 풀어준다. 혼자 업무 하는 1인실의 장점인데 자꾸만 감겨오는 눈을 깨우기 위해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기도 한다.


   기회가 되면 오후 네 시에는 가끔 마트에 장을 보러 간다. 살림을 위한 장은 아니고 근무하면서 입을 심심하지 않게 해 줄 각종 간식거리들을 담아 와서 캐비닛 안에 잘 쟁여둔다.


   본래 업무를 하는 동안에는 간식이 있다는 사실도 일하다가 까먹는 편이긴 하다. 하다못해 커피를 타 놓고 업무에 집중하다가 5~6시간이 지나 다 식은 커피를 마신 적도 많다. 그래도 간식이 없는 건 왠지 마음이 허전해서 채워두는데, 건강을 위해 입에 달달한 과자보다는 되도록 견과류나 요거트 등을 챙겨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나의 오후 네 시는 하루를 살아낸 나 자신을 다독여주고 위로해 주는 시간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기 위해서 내 삶에 오후 네 시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떡하죠. 내 심장이 고장 났나 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