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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Nov 23. 2022

3년 만의 불청객

몇 달째 비염이 끊이질 않았다. 휴지를 사용하면 코 밑이 헐기 일쑤인 데다가, 물을 사용하기엔 여러 제약조건이 많았다. 주로 손수건을 달고 사는 편이어서 습관처럼 손수건을 뭉텅이로 가지고 다녔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약을 처방받은 후 차도가 있는 것 같았다.


   며칠은 숨쉬기도 편하고 살 것 같았는데, 이내 또 코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비염 시즌인가 생각하며 좋다는 영양제도 먹고 있었는데, 콧물이 그칠 기미가 없었다. 아이들 수능 이후 재량휴업일이 있어서 잠깐 지방에 다녀왔다. 여행 후의 피로감 때문인 줄 알았는데 머리가 조금씩 아프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비염이 아니었다. 몸이 으슬으슬한 느낌과 지끈거리는 머리 때문에 월요일 아침 출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은 했는데 아침부터 종일 멍하다. 혹시나 해서 체온 측정을 해 보았더니 세상에! 측정할 때마다 37.6도..37.9도...38도로 한없이 올라간다.


   코로나 자가검사를 해 보니 다행히 음성이었다. 그러나 열이 너무 높아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보건 샘의 충고로 조퇴하고 집에 가서 해열제를 먹은 후, 뜨끈한 전기매트를 켜고 내리 6시간을 잤다. 자는 내내 끊임없이 식은땀이 흘렀고, 그 덕분인지 한숨 자고 일어나니 몸은 한결 나아져 있었다.


   2~3일 동안 머리가 멍해서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그저 힘든 몸을 쉬어야겠다는 것 외에는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복잡한 생각과 고민은 어디론가 증발해버린 듯했다.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일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휴식의 시간을 가진 기분이 든다.


   두어 달 동안 도서관 전체 서가 안 대략 만 오천 권 정도의 책 위치를 대 이동하는 작업을 했다. 학교도서관은 혼자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보통 2년에 한 번 정도는 이런 작업을 해야 하고 하게 된다. 무리하지 않으려고 도서부 아이들과 함께 작업했는데도 꽤나 몸에 무리가 되었나 보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쓰면서 감기 걸릴 일이 줄었다. 늘 달고 살던 감기가 다시 찾아온 것이 꼬박 3년 만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감기 증상들이 살짝 낯설지만, 이번 기회에 체력이 바닥난 몸을 잘 추스르고 회복해야겠다. 그렇게 남은 2022년의 시간을 건강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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