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을 하고 첫 주가 무사히 지나갔다.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에 많이 오지 않고 원격수업 위주로 이루어진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도서관은 오픈된 공간이고, 많은 아이들이 이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쉽게 방역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이전만큼 아이들이 몰려오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연 어느 정도나 되는 아이들이 얼만큼이나 오게 될까. 첫날은 2시간씩 학년별로 다녀가느라 도서관까지 들를 시간은 없었다.
1학년부터 시작하여 3학년까지 각자의 시간에 맞추어 등교하고, 자가진단과 발열체크를 하고 입학식과 개학식을 각 반에서 했다. 새로운 담임선생님과 첫인사를 나누고, 새로운 친구들과도 마스크 너머로 눈을 맞추었다.
방역단계에 따라 진행될 원격수업에 대한 안내를 듣고, 주의사항을 배운 뒤 각 학년의 시간이 마치면 귀가했다. 동선이 최대한 겹치지 않도록 시간을 조정했다.
둘째 날부터는 3학년과 1학년이 등교 중이다. 2학년은 다음 주에 등교한다. 2년 전 근무할 때 신입생으로 들어왔던 아이들이 어느새 3학년이 되었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그동안 많이 자라고 변한 아이도 있고, 전혀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아이도 있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한 한 해를 살아냈을 것이다. 때로 반갑기도 하고, 때론 낯설기도 하다.
"샘~ 돌아오셨네요. 다른 데로 가신 줄 알았어요."
"많이 아팠었거든. 잠깐 쉰 거야."
"이젠 괜찮아지신 거예요?"
"응. 많이 좋아졌어."
"다행이네요."
어른스럽게 안부를 묻는 아이들도 있고, 먼저 인사를 건네야 마지못해 겨우 아는 척을 하는 아이도 있다.
"3학년이야?"
"네."
"나 처음 보는 거야?"
"아니요. 알아요."
"그래, 반갑다. 잘 지냈지?"
"네."
다양한 반응의 아이들을 만나면서 왠지 반가웠다. 반대로 몹시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 1학년 때부터 도서관에 자주 오고, 이름을 너무 잘 알던 아이들의 이름이 하나도 기억 안 난다는 것이었다. 얼굴은 다 너무 잘 알겠는데 신기하게 이름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너무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돌아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모든 걸 다 잊으려고 했었나 보다. 기억에서 그 부분만 지우개로 지운 것처럼 애들 이름이 완전 백지라서 그냥 솔직해지기로 했다.
"샘~~ 진짜 보고 싶었어요. 이제 오신 거예요?"
"응. 잘 지냈어?"
"네. 저 벌써 고3이에요."
"그러게. 근데 나 얼굴은 너무 알겠는데 이름이 기억 안 나. 이름 다시 알려줘."
"윤정이요."
"그래!! 윤정이!! 아 생각났다. 샘이 2년 전에 너무 힘들었거든. 그래서 얼굴은 다 알겠는데 이름은 다 까먹었어. 다시 외울 테니까 다시 알려줘. 금방 다시 외울 수 있어."
"그럴 수 있죠."
"이해해줘서 고맙다."
"작년에 샘도 같이 계셨으면 좋았을 텐데.."
"왜? 많이 힘들었어?"
"작년에 원격이랑 대면 수업 병행하니까 진짜 괴로웠거든요."
"자퇴하려고 했어?"
"거의 그렇게까지 생각했었죠."
"잘 버텼네. 고생했다."
"네. 다시 뵈니까 좋은데요."
"그래. 자주 보자. 파이팅 고3"
"으아.... 고3이라니."
"괜찮아. 다 지나가게 되어있어.. 존버!!"
"존버 해야죠."
"문명 특급에서 윤여정 배우님 미나리 인터뷰하는데, 예전엔 본인한테 배우 못한다고 했던 분들이 버티다 보니까 다 돌아가셨대."
"헐..."
"버티다 보니까 닮고 싶어 하는 사람도 생기고 자기가 좋다는 사람도 생겨서 신기하다고."
"우와.."
"자기를 싫어하고 별로라고 하던 평론가들도 이제 다 돌아가셨대."
"큭큭. 대박이네요."
"역시 존버. 잘 버텨라 고3!"
"존버 하겠습니다!"
짧은 며칠이고 3월 초반이라 일도 많고, 예상 못했던 사건으로 더 분주했지만 아이들과 다시 만나 얼굴 보고, 이름을 다시 묻고 외우고 이야기할 수 있어 즐거운 한 주였다.
이 자리를 좋아했던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주변의 수많은 부침과 관계의 깨짐과 나를 비참하게 만들던 수많은 곡해와 평가들. 장기화된 눌림에 지쳐 바닥까지 무너졌던 '나 자신'을 쉬는 동안 회복시켜 주셨음에 감사하다.
다시 '나'로 이곳에 존재할 수 있음에 기쁘다. 또다시 어떤 이유들로 작아지고 보잘것없는 나 자신을 느끼게 될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주어진 자리에서 온전히 '나다운' 모습으로 존재하며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야겠다.
복직 후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가장 중요한 약속이다. 누군가가 정해주는 가치가 아니라 나 자신으로서 '존재'하며 '나 다운 가치'를 가진 사람으로 살아가자는 것.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중심을 든든히 세우며 가자.
이제 겨우 한 주가 지났다. 앞으로의 날들에 건투를 빌며 '나답게' 잘 지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