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잘 지냈어? 오랜만에 인사하는 것 같아.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도 흐르는지 우리가 만난 지도 어느새 꼬박 3년이 지났네.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세상에 처음 와서 해맑게 인사하던, 설렘 가득하던 너희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
딱 너희가 1학년에 입학했던 해에 코로나가 시작되었어. 그러고 보니 우리는 3년 내내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만 보았구나. 더구나 초반엔 원격수업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마스크를 쓴 얼굴조차 직접 만날 수가 없었잖아. 서로를 제대로 만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
고등학교 3년 내내 집에서, 학교에서, 교회에서 너희들을 만나면서 정말 많은 부분에서 아쉬웠어. 마스크 뒤로 가려진 얼굴만큼, 너희와 친해질 기회를 놓치고 거리가 벌어진 것 같아서 말이야. 시국이 그래서 멀찍이서 눈인사만 주로 해야 했고,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소독제를 쓰느라 손이 참 건조해지기도 했어.
쉽지 않았던 3년을 지나 성인이 되기 전 마지막 관문 앞에 와 있네. 요즘은 수능을 꼭 보아야 하는 친구들보다는 수능이 별로 필요 없는 친구들이 더 많다는 거 알아. 또 대학 진학이 아닌 취업을 준비하거나, 전문 분야의 위탁 교육을 받고 있거나, 이제 막 취직해서 사회인으로의 첫발을 내디딘 친구들도 있겠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너희 한 사람 한 사람은 이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해주고 싶어. 그리고 항상 미안해. 말로만 소중하다고 하고, 너희들 각자를 충분히 소중한 존재로 대해주지 못해서 말이야.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하는 건 변명이겠지.
한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에는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 때로는 행복하고 즐거운 일들도 있지만, 반대로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들도 있어. 모든 날이 행복하진 않지만, 또 모든 날이 불행하지만은 않아. 그런 하루하루를 견뎌내면서 사람은 조금씩 자라나는 거야. 적어도 나는 그랬던 것 같아.
12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학교라는 공간에서 매 순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오고 버텨낸 너희를 응원해. 뻔한 말이지만 이번 시험은 끝인 동시에 시작이야. 치열하게 살아온 십 대에 안녕을 고하고, 새로운 일들이 기다리는 이십 대를 열어주는 관문인 셈이지. 그러니까 결과가 어떻든 좌절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절망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분명한 건 넘어져도 괜찮다는 거야. 왜냐면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좌절이 커서 바로 일어날 힘이 없을 수 있어. 그렇다면 넘어진 자리에서 잠시 주저앉아 일어날 힘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면 돼. 이 시간을 통과하면 분명 너희는 조금 더 자라 있을 거야. 아마 눈치채지 못할 만큼일지도 모르겠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 직진을 하거나, 유턴을 하거나, 꼬불꼬불한 커브길을 달려야 할 수도 있어. 중요한 건 각각의 길에 맞는 방법으로 목적지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는 거잖아. 출발선이 달라지는 게 아니야. 너는 너만의 길과 루트로 너의 목적지를 찾아가면 되는 거니까.
시험은 시험일뿐, 그걸로 너희의 인생이 무너지거나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 단 한 번의 시험 결과로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삶이 다 끝난 것처럼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샘이 부탁하고 싶은 건 이것뿐이야.
그동안 수고했어 그리고 앞으로도 넌 잘해나갈 거야!! 네게 펼쳐질 새로운 날들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한다.
*수능 당일에 응원을 전해주고 싶어 이번주 연재는 목요일에 올립니다. 6차 연재 2회차부터는 매주 금요일에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