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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Nov 14. 2022

지우개

과거는 더 이상 기억하지 않기로 했다. 현재를 제대로 살아내는 게 더 중요하니까. 그동안 과거를 곱씹고 있다 보면 자기 연민과 헤어 나올 수 없는 감정에 빠지게 될 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과거를 모두 잊기로 했다.


   오히려 그녀는 과거를 자주 곱씹는 사람이었다. 지나간 일들을 자꾸 되새기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했을까, 그때 그 사람은 나한테 왜 그랬을까,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 나는 달라졌을까.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때로 그녀는 살아가야 할 이유를 과거에서 찾기도 했지만, 뒤이어 찾아오는 감정의 폭풍우 속에서 다시 한없이 가라앉고는 했다. 결국 과거를 곱씹어 보는 것은 그녀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추진력을 반감시켰다. 이제는 과거의 망령에 사로잡혀 살고 싶지 않았다.


   과거를 떠올리느라 오늘에 충실하기 힘들었던 삶이었다. 보통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삶을 평가할 때가 많지만 그녀는 달랐다. 오히려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비교했다. 그건 통렬한 자기반성과는 결이 달랐고, 차라리 신세 한탄에 가까웠다.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게 쉽지 않았다. 과거에 경험했던 커다란 삶의 고통들이 그녀가 행복할 수 있는 순간마저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비로소 과거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보려고 한다. 그렇게 현재를 현재답게 살아낼 때 미래가 더 행복해진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오롯이 현재를 살아내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시선을 현재로 가져왔다. 과거의 일들은 이제 중요하지 않다. 이미 그 과거가 모여 지금의 그녀가 되었으니까. 지금부터는 현재를 현재답게 살아가려고 한다. 그렇게 소소한 행복들을 모아보기로 한다. 먼 훗날 지금이 과거가 되었을 때, 과거를 생각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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