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넌 고마운 사람

by Pearl K

사물이나 현상을 주의하여 자세히 살펴보는 것이 관찰이다. 또한 관찰의 효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찰의 결과를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1년간 나는 꽤 오래 나를, 주변을, 삶을 관찰해 온 것 같다.


온통 휘몰아치는 다양한 일들과 그로 인해 파생된 건강의 악화, 힘들었던 마음들로 나 하나 건사하기에도 힘에 부쳤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기도 힘이 들어 온통 성벽을 쌓아 스스로를 가두었다.


요즘은 그 시간을 통과하여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감각하고 있다. 그동안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삶을 찬찬히 관찰하여 돌아보며 나의 어떠함보다는 주변에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았기에 이렇게 힘겨웠던 시간을 잘 버텨올 수 있었구나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도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역시나 함께 살고 있는 사람. 결혼하지 않고 혼자일 때 이런 일들을 만났다면 아마도 나는 쉽게 삶을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끝없는 늪에 갇힌 채로 서서히 잠식당해 다시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로 나를 통과시켰을지도.


또 하나 커다란 작용을 했던 것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3년 동안 내게 글을 쓰는 시간은 나를 관찰하고, 나의 삶을 관찰하고, 다른 이들의 삶을 관찰하면서 올바른 방향이 어디인지를 한 걸음씩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그전에도 글을 쓰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2020년 봄부터 내 생각을 다듬고 글을 다듬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매년 꾸준히 글을 쓰면서, 조급하고 불안했던 내 성향도 아주 조금은 차분함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이전에는 자책으로 돌리기 바빴다. 하지만 글을 쓰고 난 후에는 글로 정리하기 위해 상황을 다시 생각해보고 곱씹어보게 되었다. 그러한 시간은 내게 일어난 문제에 대한 사실의 선후관계나 나의 반응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글 쓰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만나 함께 글을 쓰면서 매일 다른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며, 그 안에서 나를 위한 해답들도 찾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좋다. 남은 2022년도 그렇게 서로의 생각을 관찰하며 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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