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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Nov 30. 2022

거절을 못하는 이유

3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거절을 아주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는 사실을 돈을 주고 유료로 받은 MBTI 전문해석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나는 ENFJ 일명 엔프제다. 엔프제의 특성은 사람을 좋아하고 직관적이고 감성적인데 계획적인 것이라고 다. 이 검사 분에 내가 그동안 지독하게 마음 불편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MBTI 전문해석 상담을 받으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즈음에 어떤 동료 직원분과 트러블이 있었다. 나는 계속해서 업무적으로 이런 상황이라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나는 분명히 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분은 어려운 거지 불가능한 건 아니지 않냐면서 그냥 해 주기 싫은 거 아니냐고 빈틈을 파고들어 나를 공격했다.


   나의 “어렵다”는 상대를 배려한 완곡한 거절이었는데, 거절에 배려 따위는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그분과 쌍시옷이 들어간 욕설 싸움을 하며 뼈저리게 깨닫게 되었다. 그 직후 MBTI 전문해석을 받으면서도 이전 상황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똑같은 분석이 나오는 걸 보고 정말 온몸에 소름이 끼치도록 놀랐다.


   내가 어렵다, 안될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은 완곡한 거절이었음에도 직접적 거절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나의 성향상 사람을 좋아하고 되도록 먼저 배려하려고 하기 때문에, 돌려 말한다는 것이 이성적이고 냉정한 그들에게는 거절이 아닌 나의 투덜거림 정도로만 느껴졌었나 보다.


   그 후로 좀 더 분명하게 거절을 하는 방법을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누군가의 요청에 나의 업무에 무리가 오거나 훼방받게 되는 경우에는 분명하게 안됩니다! 하고 거절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이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릴 때부터도 뭔가를 부탁받으면 일단 싫은데?라고 말해놓고는 다 해주는 타입이었다.


   사실 그동안 나는 내가 거절을 못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의 거절이 거절이 아닌 것으로 나의 싫음이 싫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보니 그동안 내가 너무 힘들었던 이유를 하나씩 이해하게 되는 중이다. 분명한 거절이 나의 행복과 평화를 가져다주는 요인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 나는 칼 같이 거절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소중한 사람들의 부탁은 들어줄 수 있는 선에서 들어주되, 아닌 부분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거절할 거다. 무엇보다 나 자신을 소중히 하고 아껴주기 위해서. 그게 첫 번째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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