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rl K. of South Korea

또 다른 문 앞에서

by Pearl K

어릴 때 재미있게 했던 '페르시아의 왕자'라는 게임이 있다. 게임 속에서는 지하던전에 갇힌 한 청년이 등장한다. 청년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각 장소를 단계별로 무사히 빠져나가야만 한다. 모든 위협을 막아낸 후에야 다음 단계로 향하는 문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삶을 살아오는 동안 마치 그 게임에서처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의 마지막 관문을 지금 통과하고 있구나' 하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정들었던 친구들과 헤어지고 아빠의 직장을 따라 버스로 6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으로 이사를 가야 했을 때가 그 첫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 후에도 그런 순간들은 삶의 곳곳마다 찾아왔다. 길고 험난했던 학창 시절을 보내고 부모님과 집을 떠나 새로운 도시에서 혼자 스무 살을 맞았을 때, 마침내 내가 원하고 바라던 일을 찾았다는 만족감을 누린 때, 남자친구가 남편이 되어 새로운 가족이 된 순간도 그랬다.


2022년을 시작할 때는 미처 몰랐지만 해를 지내며 현재 속해 있는 이 단계의 마지막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감각할 수 있었다. 그렇게 느낀 이유는 지난 몇 년 간 이어진 지지부진하고 괴로웠던 일상을 돌아보며 그 시간마저도 감사로 고백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페르시아의 왕자 아니 South Korea의 Pearl K. 는 이번 레벨의 모든 미션들을 클리어하였다. 나는 지금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문 앞에 서 있다. 불안하고 두렵기보다는 설레고 흥분되는 시간이다. 드디어 새로운 장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으로 눈이 반짝이고 심장은 두근거린다.


바닥에서 갑자기 솟아오르는 가시도, 무섭게 돌아가는 톱니바퀴도, 위아래로 날카롭게 닫히는 기요틴과 온통 거울로 둘러싸여 진짜 나를 찾기 힘든 거울의 방까지 저 문 너머에 어떤 레벨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내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더 짜릿하고 재밌는 게 아닐까. 왜냐하면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니까. 나를 지지해주고 믿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잔뜩 있으니까. 앞으로 달려 나갈 준비가 비로소 끝났다. 예상 불가능한 새로움이 기다리는 또 하나의 문 앞에서 힘차게 외쳐 본다.

I'm ready get set go!! I'll go next level!




"나 어디 거할지라도 주 날개 나를 지키네

그 그늘 아래서 주님을 노래하네

외롭고 험한 길에 내 믿음 연약해져도

기다려 주실 수 있는 주님


늘 나의 곁에 계시며 내게 말씀하시네

내가 너를 사랑한다 넌 두려워 말라

나 사랑하리 당신을 신뢰하리 그 마음

내가 살아 숨 쉬는 동안 주님


-한웅재, 나 어디 거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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