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통제할 수 없는 몸의 영역이 생긴다는 것은 꽤나 불편한 일이다. 또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요즘 계속해서 배우고 있다.
3개월째 허리와 다리의 통증으로 도수치료를 받는 중이다. 시작은 2021년 12월부터였다. 집에서 쉬고 있다가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났다.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광고가 나오는 60초 안에 다녀오려고 서두르다가 화장실 앞 물기에 미끄러지면서 왼쪽 발가락이 꺾였다.
민망함에 황급히 일어나 물기를 닦고 소파에 앉았는데 얼마 되지 않아 발가락이 점점 부어오르기 시작했다. 남편도 외출 중인 데다가 주말이라 병원도 연 곳이 없었다. 그래도 느낌이 싸해서 혼자 병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부어오른 발 때문에 신발을 신을 수가 없어 대충 슬리퍼를 꿰어 신고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중증환자들이 많아 제대로 진단을 받기까지 꼬박 두 시간을 기다려 엑스레이를 찍고 네 번째 발가락이 골절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다음날 만난 정형외과 의사 선생님은 깁스 1개월, 붙는데 3개월, 완전히 낫는데 6개월을 이야기하셨다.
5개월쯤 지나 부러진 발가락이 거의 나아갈 무렵,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와의 오해로 오른쪽 발을 심하게 물리는 사고가 있었다. 다리 전체가 퉁퉁 부어 걷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파상풍 주사를 7년 전에 맞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정형외과에서는 일단 꿰매기가 애매하니 자연치유가 되도록 드레싱 관리만 잘해주라고 하셨다.
그렇게 또 3개월 간 거의 걸을 수가 없었다. 아픈 발을 부딪치면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기에 최대한 발을 부딪치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걸어 다녔다. 발이 불편해도 매일 출근은 해야 했기에 커다란 붕대를 발에 감고 3개월 정도 꾸준히 드레싱을 갈아주며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조금씩 상태가 호전되어 갔다.
내 걸음걸이가 많이 변형되었다는 것을 8월 어머니 칠순으로 가족이 모두 함께 모였을 때 엄마의 지적을 통해 알게 되었다. 처음엔 왼발을 그다음엔 오른발을 보호하려고 조심스럽게 걸으면서 걸음걸이가 모두 틀어지고 고관절과 골반, 허리 디스크까지 좁아지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상처가 다 낫고 이제 다리가 좀 편해졌으니 다시 열심히 운동을 하겠다는 내 계획은 산산이 부서졌다. 10여 분만 걸어도 종아리와 허벅지, 허리의 근육들이 당장이라도 끊어질 것만 같은 통증이 찾아왔다. 중간중간 벤치에 앉아 쉬어주지 않으면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정형외과에 찾아가 정확한 허리와 다리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3,4번 디스크 사이가 좁아져 있고 종이리와 고관절의 근육들은 뭉쳐서 엉겨 붙어 있었다. 엉망이 된 근육들을 풀어주어 걷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도수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이번 주가 12회 차의 도수치료다. 받을 때는 괜찮은 것 같은데 폼롤러로 종아리를 풀어주거나 옆구리 스트레칭을 하고, 족욕을 하는 등의 사소한 생활관리를 잘해주지 않으면 금세 아팠던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몇 년 전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루에 2만 보씩 걸어도 더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다리가 튼튼했는데, 예상치 못한 몇 번의 사고로 인해 걷는 것 자체가 무섭고 두려워질 줄은 미처 몰랐다. 나이가 한 살씩 더 먹을수록 몸을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배워가는 중이다.
남은 치료도 잘 받고 생활관리도 잘해서 다시 편안하게 걸어 다닐 수 있다면 좋겠다. 허리도 다리도 아프지 않고 신나게 걸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내 몸의 상태를 살피는데 소홀했던 시간을 반성한다. 무작정 걷는 것을 좋아하던 나로 조만간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