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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변화를 가져오는 기회

by Pearl K

매일 계획하는 것이 너무 당연한 삶을 살고 있다가 언제부터인지 큰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날 하루하루 꼭 해야 하는 것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큰 이유는 인생이 아무리 계획해도 계획대로는 절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프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또 그렇게 계획한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내가 받는 대미지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고 나서다.


빨강머리 앤은 그런 말을 했다.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멋진 일"이라고. 전에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계획한 대로 생각대로 이루어져야 내가 무언가를 이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계획할 수 없고 그 어느 하나 보장되지 않는 삶 가운데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계획적으로 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꼭! 이때까진 이것을 이루어야겠다는 집착도 훨씬 덜해졌다.


나의 2022년 한 해는 무엇이든 기다리는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시작했지만, 한 해의 끝자락에 와 보니 사실 기대했던 것들은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그 기대를 하고 기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속에서 나라는 사람이 조금쯤은 성장했다고 믿고 싶다. 아니 분명히 조금은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년 전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관계가 불편해진 분이 있었다. 여행 메이트들에게 갑작스럽고 일방적으로 감정을 강하게 표출하셨고, 덕분에 여행이 아주 괴로운 시간이 되어버렸다. 정확한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기에 오랜 시간 혼자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막상 내 감정을 꺼내는 것도 용기가 잘 나지 않았다.

언젠가 풀 수 있는 기회가 있기만을 기다렸는데 또 그 기회가 쉽게 오지도 않았었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그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내게 용기를 낼 마음이 생겨서였다. 결과가 원하는 것처럼 되진 않았지만 나름의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2023년 새해에도 나는 아마 어떤 계획도 따로 세우지 않을 것 같다. 그저 내가 아니라 나를 이끌어가시는 분이 계획하신 큰 그림 속에서 하루하루 할 수 있는 일을, 내게 맡겨진 일을 해 나갈 생각이다.

물론 잠깐쯤이야 당황스럽기도 하고 혼란스러울 타이밍도 있겠지만 앞으로의 삶에 어떤 변수가 생기든지 유연하게 대처해낼 수 있다면 좋겠다. 내년에도 나를 성장하게 만들어 줄 건강한 변수를 만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기회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p.s: 이미지는 돌발상황을 나타낸 사진을 업어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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