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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의 차이

by Pearl K

오늘 깜짝 놀랄만한 일이 생겼다. 이제까지 바빠서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쌓아두었던 각종 자료들이 눈에 밟히던 참이었다. 데스크를 정리하기 위해 불필요한 것들을 분리수거하고 책상을 정리하면서 쓰레기도 버렸다.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서자마자 엄청나게 큰 소리와 함께 천장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천장 쪽에 나무로 만들어진 박스 안에 있던 커다란 스피커였다. 정수기를 관리해 주러 오셨던 기사님이 현장을 목격하셨고, 진짜 천만다행이라며 발판을 밟고 올라가 스피커를 다시 안으로 넣어주셨다.


1초의 차이로 큰 사고를 면할 수 있었다. 1초만 늦었다면 스피커가 내 머리 위로 떨어졌을 것이다. 무거운 스피커가 가속도까지 붙어 머리나 뇌가 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얼마나 심각한 일이었는지 그제야 실감이 났다. 맥이 탁 풀리면서 마음이 선득해졌다.

어수선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큰일 날 뻔했네." 하는 다정한 목소리를 듣자마자 갑작스레 눈물이 차 올랐다. 잔뜩 징징거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후에 시설 주무관님께 고정해 달라는 요청을 드렸고, 3교시 수업을 마치고 나서 담당자분이 오셔서 스피커를 확인하고 위치를 조정해 주고 가셨다.


요 며칠간 이상하게도 꿈이 힘들고 복잡했더랬다. 전날은 심지어 뱀에 두 번이나 발목과 손목이 물리는 꿈을 꾸었었다. 꿈에서도 통증이 느껴져서 당황스러웠다. 기독교에서 뱀은 곧 사단을 의미하기에 기분이 과히 좋지 않았다. 마음에 평안을 주시고 안전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큰 사고가 날 뻔한 것을 비껴가게 해 주셨나 보다.


때로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전혀 가망이 없다고 했던 환자가 깨어나기도 하고, 살 날이 창창한 젊은이들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인간의 생명은 유한하기에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우리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의 이 사고를 계기로 삶과 죽음이 얼마나 가까운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짧은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어떤 사람으로 살 지를 선택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주어진 생명에 감사하며 매일을 의미 있게 살아가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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