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arl K May 02. 2023

봉봉이의 특별한 외출

지난 주말, 조금은 특별한 곳에 다녀왔다. 바로 청담동에 있는 놀로 행동클리닉! 세나개에서 수레이너로 활약 중이신 설채현 선생님을 만나 봉봉이의 문제행동과 성향을 알아보았다.


   또 봉봉이를 위해 어떤 훈련을 하고 어떻게 케어하면 좋을지를 상담받고 왔다. 예약할 때는 떨리고 두근두근 했는데 막상 당일에는 비가 와서 운전부터 주차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에 오히려 긴장감이 덜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로 봉봉이는 유전적으로 불안도가 엄청 높은 편에 속하는 강아지였다. 그동안 물림사고가 연 1회 정도 생길 때마다 내게도 배신감과 답답함이 생겼고, 봉봉이도 이후의 반응을 보면 스스로도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 너무 힘들어 보였었다.

  

   그런 여러 가지 고민들의 방점을 찍는 1차적인 원인을 알아볼 수 있어서 좀 안심이 되는 지점이 있었다. 소심하고 겁이 많지만 자존심이 센 아이다 보니 편한 보호자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느낌이라고. 괘씸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특히 보호자가 잘못 키우거나 한 게 아니라는 말씀이 많이 위로가 되었다.


  가끔 벌어지는 사고의 원인으로 추측되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평소에 생활하는 걸 보면 서로 조심하는 지점이 있기에 잘 기다리고 참는 편이다. 하지만 사고 빈도로 미루어볼 때 우리 집 강아지의 컨디션이 최악으로 떨어진 날 약간의 통증이나 두려움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발동되어 뇌의 시상하부에만 집중되어 있는 상태로 보인다고 하셨다.

  

   즉 평소에는 정상적인 사고와 반응이 가능하지만, 컨디션이 나쁘고 트라우마가 올라오는 날에는 정작 작동해야 할 대뇌피질의 전두엽은 활성화되지 않아 생각 자체를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설채현 샘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너무 약처방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사람마다 생각하는 지점이 다를 수 있으나 일단 그동안 훈련소도 가고 행동교정도 받고 다양하게 노력해 봤는데 마지막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찾아간 곳이었다. 진단결과 사고의 빈도는 많지 않으나 스스로 강도조절이 안되어 강도가 지나치게 센 것이 가장 문제라고 하셨고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


  먼저, 꼭 필요한 케어지만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들도 봉봉이가 좀 더 편안하게 받을 수 있게 훈련하고, 또 한 가지 심각한 분리불안을 개선하기 위해 두 가지의 트레이닝을 매일 시도해 보라고 하셨다.  더불어 봉봉이에게는 꼭 불안을 낮추는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하셔서 일단 집에서 훈련과 함께 2개월 정도 약물치료를 하며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번 기회에 봉봉이도 나도 덜 불안하고 서로가 좀 편안해지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서울 시내 그것도 강남 한복판이라 이동 거리가 꽤 되는 데다가 빗길 운전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평소 차를 탈 때도 어리광이나 투덜이가 많은 봉봉이도 의외로 편안하게 다녀온 것 같다.


    앞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트레이닝을 병행하여 걱정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함께 지낼 수 있다면 가장 좋겠다. 평생 3세 아이의 두뇌 수준으로 살아간다고 하며, 인간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로 전달할 수 없는 대상이 바로 강아지다. 그러니 봉봉이도 얼마나 답답할까? 보호자로서 나도 세심하게 봉봉이의 카밍시그널을 살피고 반응해 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