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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Apr 08. 2023

엄마들은 왜 그래?

엄마들은 왜 그러는지 몰라. 대놓고 자식 자랑하면 누가 면박이라도 주는 건지 자식들 앞에서는 그렇게 이건 이렇게 해라 저건 저렇게 해라 잔소리 잔소리를 하면서, 남들한테는 은근히 돌려서 자식 자랑을 하느라 바쁘단 말이야.


  진짜 이해가 안 가는 것 중 하나가 우리 엄마야. 전화만 했다 하면 "건강한 음식으로 먹고 다니냐, 다이어트는 했냐, 남들 보기 부끄럽게 하고 다니는 건 아니냐" 하고 잔소리 잔소리. 도무지 칭찬은 한 마디도 찾을 수가 없어서 내심 불만이었거든. 화가 나서 "그런 말만 할 거면 전화 끊어!"를 꼭 하게 만들어요.


   신기한 건 오랜만에 부모님을 만나러 갔을 때였어. 어렸을 때 다니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러 갔는데, 나는 얼굴도 기억 안나는 집사님, 권사님, 목사님까지도 내 얘기를 많이 들었다는 거야. 엄마가 나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라곤 늘 잔소리뿐이니 대체 무슨 말을 들은 걸까 궁금했더랬지.


   "엄마가... 뭐라고 하셨는데요?" 망설이듯 묻는 내게 엄마를 잘 안다는 교회 분들은 하나같이 엄마가 내 칭찬을 엄청 했다고 말했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한다더라. 혼자 돈 벌어서 스스로 대학원 공부까지 했다고 기특하다더라.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안정적으로 일하면서 자기 앞가림을 스스로 잘한다고 칭찬하더라.


   그런 말들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왔어. 근데 생각해 보니 좀 황당해. 나한테는 그렇게 1부터 10까지 죄다 잔소리만 해대면서, 주변 사람들한테는 내가 기특하다고 입만 열면 칭찬을 해댔다니 엄마의 진심은 어디에 있는 걸까.


   게다가 칭찬을 할 거면 나한테 해 주면 좋잖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데 엄마의 칭찬과 인정을 받으면 더 신나서 잘하는 애가 바로 나라고! 근데 굳이 나한테는 듣기 싫은 소리만 하면서 남들한테만 나를 칭찬하면 내가 그걸 알 턱이 있겠냐고.


   그래서 엄마에게 물었어. "엄마! 왜 남들한테는 나를 칭찬하고, 나한테는 맨날 뭐라고 하는 거야? 진짜 궁금해서 묻는 거야"하고. 그랬더니 엄마가 말했어. "내가? 나는 너 칭찬한 적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한 것뿐인데 왜, 사람들이 내가 너 칭찬했다고 하데?"


   "내가 엄마한테 맨날 나한테서 단점만 보지 말고 장점을 봐 달라고 하잖아. 다시 말할게. 내가 잘 알지도 못하는 남들한테 칭찬하지 말고 나를 먼저 칭찬해줘 봐. 그럼 내가 얼마나 행복하겠어." 했더니 엄마가 또 그러대. "자식 자랑 그렇게 대놓고 하는 거 아니야."하고.

    

   내가 엄마가 되어 보면 울 엄마의 그 마음이 무엇인지 좀 알 수 있게 되려나? 솔직히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어. 엄마라면 내 생각에는 자식을 격려해 주는 의미로 칭찬할 건 크게 해 주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조용히 조언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아마도 엄마랑 내가 생각하는 방식이 많이 다른가 봐.


   그래서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다른 엄마들이 대신 좀 이야기해줘 봐. 엄마들은 대체 정말 왜 그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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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강아지 훈련소에서 보호자 교육을 받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뭐냐면, 내가 강아지한테 칭찬을 많이 안 해준 티가 난대. 그러니까 긍정적인 반응과 칭찬을 많이 해 주라고 하더라고.


   이런 거 보면 나는 울 엄마 딸인 게 분명한데, 칭찬을 많이 못 받아봐서 다른 누군가를 칭찬할 줄도 잘 모르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속상하더라. 어차피 사회에 나가면 칭찬만 받고 살 수 없어 다 부딪치고 부정당하고 짓밟히게 되잖아.

   

   그러니까 제발 부탁인데 세상 모든 부모님들, 자녀들 칭찬할 거리를 찾으셔서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좀 해 주세요. 부모님이 믿어주는 아이, 칭찬과 격려를 많이 받고 자란 아이가 자존감도 높고 힘든 일이 닥쳐도 더 잘 이겨낼 힘이 생긴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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