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러 매체와 책, 연수 등을 통해 환경오염과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15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연설을 통해 또 수많은 환경운동가들이 전 세계에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딘지 애매하고 막연하던 탄소중립에 대해서 듣고 우리가 실천해야 할 지침에 대해 배우다 보면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 결론에 이르게 된다. 지구 환경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분리수거해야 하는 건 결국 인간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다.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곽재식 작가의 환경오염 관련된 책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라는 제목에서도 같은 위기의식을 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쯤 되니 타노스가 블립으로 인구의 절반을 줄이고 난 후, 5년간 혼란이 많았겠지만 지구의 건강에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러고 보면 인간이란 모든 곳에서 그리고 모든 것에서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맑고 깨끗하던 자연도 인간이 다녀가면 온갖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고, 하다못해 우리가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가전제품과 물품만으로도 지속적으로 환경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최근 환경스페셜 방송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인데 우리가 환경오염을 줄이고 회복하기 위해 신경 써서 분리수거하는 비닐, 플라스틱, 유리병, 종이 등의 물건들 외에 또 하나 환경오염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 사면서 유행이 지났다고 잘 입지도 않고 옷장 안에 쌓아두었다 버리는 옷들이라고 한다.
보통 9,900원짜리 흰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드는 물의 양은 2,700L로 무려 한 사람이 3년간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동네마다 설치된 의류수거함은 알고 보니 공공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이 아니었다. 일반 사기업에서 설치한 것으로 주로 상태가 좋은 옷들만 골라 세탁하고 수선하여 재판매한단다.
모아진 옷들 중 재생 불가능한 옷들은 가난한 나라들에 기부하는데 결국 잘 사는 나라들이 가난한 나라들에 처리 못하는 쓰레기들을 버린 상황이 되어 어느 마을에는 티셔츠가 산처럼 쌓여 마을이 버려진 옷들의 무덤처럼 보이는 사진도 볼 수 있었다.
기후 불평등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것을 누리고 사는 국가들이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누리지 못하는 국가에 사는 사람들의 기본적인 생존권마저도 위협한다는 사실이다. 이미 기후불평등의 저울은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져 가난한 나라들은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이상으로 자연재해에 몸살을 겪고 있다.
이외에도 감정노동 이슈들은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뱉어내는 말들이 얼마나 큰 독성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는 분노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사회가 되었다.
온갖 차별과 혐오와 극단적인 편 가르기와 배제 속에서 권리만 알고 책임은 방기한 채 자신이 가진 분노들을 약하고 만만한 누군가에게 어떻게든 풀어내려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공기관이나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향해 언어로 저지르는 묻지 마 폭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서이초 사건으로 수면 밖으로 드러나게 된 교권추락의 현실은 더욱 참담하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노력할수록 학교에서 설 자리가 사라지는 잘못된 승진체계, 성과급으로 편을 가르는 교사등급제가 첫 번째 원인이다. 또 자기 아이의 문제를 교사의 자질부족으로 돌리는 일부 학부모들의 선 넘는 갑질, 교사를 보호해야 할 관리자들이 방임하고 외면하는 동안 평범한 다른 학생의 피해는 커져만 가고 있다. 그동안의 고통들이 이제야 알려지기 시작하는데, 지금 들려오는 교사들의 슬픈 외침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말로 뱉어내는 쓰레기들이 어떻게 사람을, 사회를, 세계를 무너뜨려 가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다. 어쩌면 정말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환경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서로 말로 주고받는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인간을 분리수거하는 편이 이 모든 것을 고려할 때 가장 깔끔한 일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