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한 지도 어느새 두 달이 되어간다.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낯설었던 집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적응이 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오래 낯설어하던 봉봉이도 이제 적응을 한 것인지 분리불안 증세가 조금은 나아졌다.
학기 중에는 이른 시간에 출근해서 해가 질 무렵 퇴근하다 보니 높은 층으로 올라온 보람이 없었다. 그나마 방학을 맞아 낮에 바깥 풍경을 바라볼 여유가 조금 생겼기에, 아침 시간이나 늦은 저녁에 문을 활짝 열어놓고 온 집에 환기를 시키면서 높다란 하늘이 훤히 트인 뷰가 기막히게 멋진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서이초 사건이나 묻지 마 칼부림 등 마음과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사건 사고들이 끊임없이 터지고, 한여름에 이상 고온이라 너무 뜨겁지만 시원한 실내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만큼은 어찌나 끝내주는지 그저 하늘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만 있어도 힐링이 되니 다행이다.
얼마 전에는 동생과 함께 8살 반의 개르신 봉봉이를 데리고 강화도에 잠깐 바람을 쐬러 다녀왔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장거리 운전이 부담되었는데, 운전 5년 차에 접어들고 나니 많이 편해져서 예전 같으면 손사래 쳤을 거리도 가뿐하게 다녀올 수 있었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나 저 멀리 하늘과 땅이 맞닿은 수평선의 풍경이었다. 건물로 빽빽한 도시를 벗어나 푸른 들판이 가득하고, 너른 갯벌과 푸른 바다가 있는 한적한 도로에서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병원 일정이나 개인적인 볼 일이 있어 평일 낮에 서울에도 몇 번 드라이브를 다녀왔는데 평소보다 여유로운 서울 시내와 한강 다리 위를 드라이브하며 달리는 기분이 예술이었다. 하늘과 한강, 다리가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풍경에 눈이 잔뜩 시원해졌었다.
지난 주말엔 친정 식구들이 모두 우리 집으로 모여 집들이를 열었다. 세상에 태어난 지 이제 막 6개월이 된 귀여운 조카의 재롱과, 봉봉이와의 귀여운 첫 만남, 가족 모두가 함께 즐겁게 식사도 나누고 북한산 아래의 멋진 뷰를 보러 카페에도 갔었다. 함께 좋은 것들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꽤 행복했다.
연수가 끝나고 한동안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서 자꾸만 소심해졌었다. 세상 쓸모없는 인간이 나인 것 같아 밑바닥으로 땅을 파고 내려가고 있었다. 구덩이 속에 가두려던 나를 다시 끄집어낸 건 저 하늘과 맞닿은 멋진 풍경들이었다.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밝은 구름도 흐린 구름도 비가 오는 날도 바람이 부른 날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는 하늘 덕에 조각조각 부서진 나의 마음을 다시 그러모아 정리해 본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잘해 낼 거라고 나에게 속삭이며 다독여 주는 것 같아 눈물이 핑 돈다. 그러니 다시 노력해 보자.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 그리고 감사하자.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