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글을 자주 쓰다가 예전만큼 자주 글을 쓰지 못한 지 6개월이 되었다. 꾸준히 글을 썼던 기간보다 글을 쓰지 못한 기간이 더 짧은데 왜 이렇게 점점 더 쓰기가 어려워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험하고 겪는 모든 일들이 좋은 글의 소재로 생각되었는데 요즘은 그저 흘러가는 일상을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엔 물리적으로 글을 쓸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지나고 나서 보니 글을 써낼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이차적인 핑계였다. 내게 부족했던 건 생각할 시간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멍하니 생각할 여유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글을 쓸 여유도 없어졌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글을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예전에는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글의 소재로 생각했었다. 바쁜 시즌을 지나 방학에는 글을 쓸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그것 역시 나의 오판이었다. 심지어 지난 방학 동안에 네 편의 소설책과 세 편의 영화, 두 편의 시리즈 드라마를 보았음에도 여전히 글은 하나도 못 썼다. 무언가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선뜻 무엇부터 써야 할지 난감했다. 심지어 이미 본 작품의 리뷰를 쓰는 것조차 어려웠다. 꾸준히 쓰지 않았더니 쓰는 근육이 한참 퇴화되었나 보다.
막상 무언가가 써내려고 하니 굉장한 것을 써내야 한다는 압박감도 들었다. 그전에도 그렇게 대단한 글을 쓰지 않았으면서 언제나 괜찮은 글을 써왔던 것 같은 커다란 착각에 빠져 있었던 걸까.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글을 자주 쓰지 못하더라도 일주일이나 열흘에 한 편은 꼭 쓰자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결심마저도 희미해져 갔다.
하루하루가 너무 길어 지칠 만큼 그렇게도 안 가던 시간이 신기하게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쏜살같이 지나간 시간 속에서 그나마 쓸 수 있던 글들도 매우 안 써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 보니 꾸준히 쓰는 것의 장점은 글쓰기를 지속하는 힘이 되어 준다는 것이었나 보다. 혼자서라도 꾸준히 써서 모아 두었어야 하는데 너무 대책 없이 손을 놓아버렸었나 하는 뒤늦은 후회가 생긴다.
아침에 뜬금없는 알림을 받았다. 작년 11월에 썼던 글이 갑자기 조회 수가 폭등했다는 알림이었다. 그렇게 특별한 글도 아니었는데 갑작스러운 조회수 역주행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기분이 좋기도 했다. 이 일로 인해 내 글을 읽게 될 누군가에게 계속 좋은 글을 읽게 해주고 싶어졌다. 소심한 관종이다 보니 이렇게 누군가의 관심이 있어야 글을 더 잘 쓰고 싶어 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번 학기를 시작하면서 조금 무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꾸준히 쓰는 근육을 기르기 위해 글쓰기 모임을 다시 시작했다. 어제 급작스럽게 결정된 일이지만 미친 척 하고 100일의 글쓰기도 급 도전하기로 했다. 앞으로 살아가는 내 인생에서 내가 놓치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또 당분간 글쓰는 두뇌를 깨우는 연습이 필요하겠지만 꾸준히 써보기로 한다. 미세한 잔근육들이 다시 생겨나면 뻣뻣하게만 느껴지던 굳어진 글 근육도 다시 말랑말랑하게 부드러워질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 지금부터 시작이다.